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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Jan 09. 2019

출근길엔 팟캐스트를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리고 이어폰. 나의 출근길에 반드시 존재하는 것들이다. 늦잠을 자거나 실수로 두고 나와서  중에 하나라도 없는 날이면 몹시 고된 출근길이 된다.  가지고 가든 고되다고? 우리 그런 슬픈 이야기는 잠시 미뤄 두기로 해요그래도 생명수와 같은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돌 음악을 듣는 출근 시간은 나름대로 견딜 만하다. ( 나이 정도 되면 아이돌 음악  들을  알았는데, 여전히 음악 프로그램까지 챙겨보며 아이돌 박애주의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귀로는 음악을 들고, 눈으로는 쇼핑을 하거나 SNS 뒤적이고, 머리로는 내적 댄스를 추곤 한다. 아주 이상한 멀티태스킹이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출근길에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 아무것도 보거나 읽지 않고 귀로 들려오는 소리에만 집중하는 게 영 어색하다. 딱히 라디오 방송을 좋아하거나 특정한 프로그램을 챙겨서 들어본 기억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시도를 하게 된 이유는, 거의 자동 반사처럼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끊임없이 뭔가를 보는 일이, 갑자기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보다는 나을지도 모르지만 책도 마찬가지였다. 글자든 사진이든 그런 게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내가 아무것도 보지 않는 시간을 못 견딘다는 것. 그게 갑자기 너무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명상의 기본 원리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숨소리, 심장 박동, 공기와 바람 같은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존재여서 인간이지만, 때로는 정확히 같은 이유로 괴롭기도 하다. 그러니까 팟캐스트를 듣는다는 건, 가끔씩 머리를 비우기 위한 내 나름의 연습이다. 일단 항상 뭔가를 보는 것부터 줄여보겠다는 다짐. 그런데도 갈 곳을 잃은 두 눈이 어색해서 무의식적으로 트위터를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습관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여러분.



**요즘 듣는 팟캐스트는 ‘Yes24 책읽아웃(김하나의 측면 돌파)’, ‘김혜리의 필름 클럽’이다. 그런데 더 많은 생각을 하며 더 많은 영화나 책을 보고 읽고 싶어 진다는 부작용이 있다… 역시 인간의 계획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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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소중한 도전 일기

늘 새로움을 갈망하는 인간의 하찮은 도전 일기. 목표는 오로지 꾸준한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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