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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 Jun 22. 2019

이직 대신 워킹홀리데이


그러니까, 작년 8월이었다. 내가 처음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한 때가. 사실 외국에 가서 살아보는 것이 내 인생의 옵션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른 직장인들처럼 재충전을 위해 매년 휴가를 가고, 주말에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고 놀러 다니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렇게 영원히 이 회사를 다닐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최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소용 없어지는 때가 왔다. 예전처럼 놀아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았고 열심히 일을 해도 아무런 보람이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 충족되지 않는 이상한 욕망이 있는 것만 같았다. 짧은 리프레시가 아니라, 리셋을 하고 싶었다. 지금 방향을 틀지 않으면 영원히 이 방향으로만 쭈욱 나아갈 것 같아서. 누군가는 그 정도면 괜찮은 길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혹은 회사는 회사일뿐이니, 다른 곳에서 개인의 삶을 찾으라고 충고할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이직 대신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다.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게 될지, 이 이후에 뭐가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른다. 뭐가 어떻게 안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그냥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무런 안전망이 없는 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경험만으로도 괜찮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겠다고 다짐하는 중이다.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살 수 있기를. 그리고 늘 그랬듯이 후회만은 하지 않기를.



*W&Whale, <R.P.G Shine>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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