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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75km만 달렸다.

절반의 성공, 아니 3/4의 성공이다.

by 슬로우 러너
2025년 달리기 마일리지

작년 12월부터 한달 100km 달리기를 하고 있다. 하필이면 겨울에 시작해서 날씨 때문에 의지가 꺾이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12월과 1월을 무난히 넘겼다.

목표했던 한달 100km의 3/4만큼 달렸다.

하지만, 2월에는 한달 100km 달리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다. 폭설과 감기 몸살 앞에 무너졌다. 막판에 무리를 해서라도 100km를 채워보려고 했지만, 지금 달리기 마일리지에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할 수 있는 만큼만 달리고 2월을 마무리하였다.


결과는 75.9km 목표했던 100km의 3/4를 조금 넘긴 거리다. 아쉽지만, 자연과 내 몸의 상태를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무리해서 몸에 탈이 나는것 보다는 다음을 기약하며 꾸준하고 즐겁게 달리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는 산책하듯이 천천히 달렸다. 머리 속으로 명상과 묵상과 공상을 오가며 속도에는 전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나는 운동을 할 때, 달리기던지 아니면 실내에서 근력운동을 하던지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한번에 두 가지를 동시에 하면 효율이 떨어지기도 하고, 귀에 땀이 고여있는 상태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느껴지는 찝찝함을 별로 안 좋아한다. 덕분에 운동하면서(달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그냥 이런 저런 생각하면서 이 시간이 참 좋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여기가 어디지 하고 주변을 두리번 살폈다.


캐나다 집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특히나 옆에 있는 집들이 대부분 고만고만하다. 그래도 거의 매일 달리면서 지나치는 동네여서 대충 보면 어디인지 안다. 평소와 같은 코스로 달렸다. 이 동네 이사오고 나서 이 길을 100번 이상 달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길을 잃어버렸다. 당황하지 않고 폰을 꺼내서 구글 맵으로 걸어서 집까지 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구글이 안내하는 대로 달렸다. 한참을 가니 아는 길이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 나이키런 앱을 열고 오늘 내가 어디서 길을 잃어버렸는지, 왜 잃어버렸는지 확인했다. 내가 평소에 달리는 코스는 주택가를 한바퀴 돌고 큰 길로 나가서 조금 앞으로 갔다가 다시 주택가로 들어가서 한바퀴 돌아서 나온다. 차의 매연을 맡으며 달리는것 보다는 한적한 주택가를 달리는 것을 좋아해서 내가 만든 코스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저런 생각에 심취해서 달리다가, 첫번째 주택가를 돌고 두번째 주택가를 돈 후에 돌아 나오지 않고 다시 세번째 주택가로 들어섰다. 동네 주변에서 길을 잃어버린 내가 우스웠지만, 그만큼 무언가에 몰두해서 생각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침에 슬로우 러닝을 하면서 산책하는 듯한 유익을 누릴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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