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하는 순간 위험은 찾아온다!
1-2주 정도 폭설과 추위로 도시가 얼어 붙었다. 캐나다에 생활 8년 동안 가장 많은 눈이 내린 겨울인것 같다. 아이들은 참 쉽게 이글루를 만든다. 주차장에 쌓인 눈을 잔디 위로 치워 놓으면 부엌에서 사용하던 양푼 하나를 들고 나가서 땅굴(아니 눈굴)을 팠다. 벽돌 모양의 눈 블럭을 만들어서 쌓아올릴 필요가 없다.
나이 40이 넘었지만 나는 여전히 눈이 좋다. 눈 치우느라 허리가 아프지만 이제는 세 아이들이 함께 눈을 치워서 이것도 나름 할만하다. 눈이 내려서 안좋은 점이 있다면 밖에 달리러 나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번 겨울 왠만한 눈이 내렸을 때는 계속 아침마다 꾸준하게 밖에 나가서 달렸다. 눈이 덮인 인도 위를 달리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하지만 최근에 내린 폭설과 추위로 대부분의 인도에 발목 이상 눈이 쌓여 있어서 몸을 사려야 했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며 눈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다시 아침 출근 전에 달리러 나갔다. 낮에는 따뜻해졌지만 밤에는 여전히 영하의 추위다. 아직 2월이고 봄이 오려면 4월까지 더 기다려야 한다. 낮에는 눈이 녹지만 밤이 되면 다시 얼어붙는다. 길 곳곳이 빙판이다.
빙판길에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히 주의해서 달렸다. 개를 산책하던 지나가던 분이 "It's very slippery. Be Careful!"이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빙판길 위로 달리고 있는 내가 걱정스러워 보였던것 같다. 참 친절하고 고마운 아저씨다.
더 조심하면서 달렸다. 건강을 위해서 아침에 달리고 있지만 넘어지면 창피하고, 무엇보다 부상을 당한다면 그냥 집에서 쉬는게 더 낫다. 아침에는 (특히나 길이 이렇게 아직 미끄러울 때는) 천천히 슬로우 러닝을 하는것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오래간만에 아침에 조깅을 하면서 동네 한바뀌를 돌면서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아니지.. 이렇게 방심하고 아차하는 순간 다시 추위가 찾아올 수 있다. 지난 8년 동안 뒤늦게 다시 찾아온 추위로 3월에 (심지어 4월에도) 아직 봄이 오려면 더 참고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T.S. Eliot은 미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4월에는 봄이 되어서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다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희망을 발견하지만, 여전히 현실의 암울함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 겨울보다 더 쓸쓸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Eloit이 만약 캐나다에서 살았다면, "5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5월 셋째주 월요일인 빅토리아 데이가 되어야 진짜 봄이 되는것 같다. 그때까지는 방심하지 말고 추위를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