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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치니 May 30. 2024

오늘은 '묵언수행'

도대체 내가 무엇을 잘 못 했던 거지?

알람이 울렸다. 나를 깨우는 와이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를 들으면서 대답도 하고 있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정말 더 자고 싶었다.

'쫙!'

"일어나라니까"

순간 화가 났다. 와이프가 깨워도 일어나지 않자. 내 엉덩이를 때렸다. 생각보다 새게 때렸다.

나는 오늘 아침을 기분이 좋지 않게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와이프가 준 선식을 먹을 때까지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로 출근했고, 회사에선 별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매일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되면 와이프한테 연락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오늘은 하지 않았다. 소심한 복수다.


퇴근하고 집에 와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와이프한테 도착 했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고 이야기는 했지만 금방 올라가지는 않았다. 10분이 지났을때 전화가 왔다.

"왜?"

"도착 했다고 했는데 안올라와서 전화했지."

"어 올라갈께."

이러고도 바로 올라가지 않았다. 10분 정도 더 있었다.


집에 가니 와이프가 저녁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애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서 없었지만 나는 피곤하기도 했고, 바로 샤워를 하고 와이프에게 말도 없이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와이프가 한 반찬은 맛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기도 했던 '마늘 쫑 무침', 영화 아저씨에서 나와서 인기있었떤 '분홍소세지전' 그리고 '감자체볶음' 원래는 기도를 하고 와이프한테 "잘 먹을께" 정도의 인사는 하고 밥을 먹었지만 오늘은 하지 않았다.


와이프가 앞에서 내가 밥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래도 맛은 있어서 물었다.

"자기는?"

"나는  먹었다. 라면."

회사 일이 요즘 심상치 않아서 잔업 없이 퇴근이 빠르다. 그래서 나는 더욱 아이들과 와이프랑 4명이서 같이 밥을 먹고 싶었다. 그런 경우가 잘 없으니까. 그래서 와이프가 라면을 먹었다길래 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냥 밥을 먹고 있는데, 와이프가 물었다.

"아침에 왜 화냈는데?"

"자기가 때렸잖아."

그리도 또 말이 없었다. 정말 누가 보면 유치한 티격태격이지만 나는 그뒤로 와이프와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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