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하다 보면 AARRR이라는 용어는 꼭 한 번씩은 접할 것이다. AARRR은 미국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데이브 맥클루어가 개발한 서비스 분석 프레임워크다. 우리 서비스/마케팅의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분석 틀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또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성장하려면 무엇을 먼저 개선해야 할지도 파악할 수 있어, 잘 활용할 수 있으면 무조건 좋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데이브 맥클루어가 의도한 AARRR을 100% 이해한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조금 더 잘 이해하고 공부한다는 입장에서 우리 서비스(마카롱) 예시와 함께 Acquisition/Activation/Retention/Revenue/Referral의 관점에서 정리해본다.
사용자가 우리 앱을 어디에서, 어떤 광고를 보고 얼마나 설치했는지를 파악하고 지표화 하는 것이 Acquisition 관리이다. 페이스북 앱 설치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면, 해당 채널을 통해 몇 명이나 앱 설치 또는 회원가입을 하는지, 유저 한 명 당 앱 설치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다른 채널과 비교해서 이 채널에 예산을 더 투입할지, 줄일지, 현재 캠페인을 중단하고 새로운 캠페인을 진행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채널의 성과가 단순히 많은 설치수, 낮은 CPI(앱 설치당 비용)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싸게 많은 유저를 데려와도 90%가 바로 삭제한다던가, 영영 다시 앱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그 채널의 유저 퀄리티는 좋다고만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물론 서비스에 따라 다를 순 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기준이 LTV(Life Time Value)와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다. LTV는 유입된 유저가 우리 서비스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제공하는 가치의 총합을 말하며, CAC는 유저를 유입시키는 데 들이는 비용이다. 당연히 LTV > CAC여야 남는 장사이다. Acquisition 단에서의 관리는 CAC 효율 개선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채널별로 LTV를 잘 파악하고 있다면 조금 더 유연하게 채널 관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따라서 CAC와 유입 유저들의 앱 내 행동 데이터를 연계해서 본다면 조금 더 입체적으로 채널의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대다수의 서비스들이 3rd-party 트래킹 툴을 사용한다. 자체 기준만 있으면 어떤 채널을 통해 유입되었는지 정확한 어트리뷰션이 가능하고, 채널별로 유입 유저들의 세션, 구매, 삭제 등의 비율로 들인 비용 대비 유저의 가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채널의 유입 유저가 앱 삭제율이 높고, 앱에 적극적으로 인게이지 하지 못한다면, Acquisition보다는 다음의 내용들을 우선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Activation은 처음 유입된 사용자가 우리 앱의 핵심 피쳐를 경험했는가에 대한 분석, 지표관리이다. 어찌어찌 앱을 설치했는데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경험하는 경로가 코엑스처럼 복잡하다면, 유저는 앱의 가치를 제대로 경험해보기도 전에 이탈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마카롱은 차량관리 어플이기 때문에 앱 설치 후에는 내 차를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차량등록 과정에서 고객 데이터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고자 제조사, 차량명, 차량번호, 세부 트림 등 모두 선택하게 만들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가입 퍼널에서의 이탈률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세부 트림까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운전자는 극소수이며 차량번호를 외우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자동차 회사 직원도 자기 차의 정확한 세부 트림명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앱 설치 후 가입절차가 있다면 가입 퍼널에서의 각 단계별 전환율을 지표화 해서 관리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어디서 이탈이 많은지, 어떻게 더 간소화할 수 있는지 등을 여러 테스트를 통해 가입 전환율을 높이는 노력을 한다.
그 후에는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바로 보여준다. 왜 이 서비스를 써야 하는지 느끼는 순간을 아하 모먼트라고 하는데, 이 아하 모먼트를 단시간 내에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아하 모먼트는 서비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마카롱의 경우, 주유 기록을 통해 내 차의 연비와 정비주기가 표시되는 순간이 아하 모먼트다. 이렇게 내 차를 관리할 수 있구나 라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쉽고 간결하게 이 아하 모먼트를 새로운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번외로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Activation을 고민할 때 가장 좋은 마케팅 메시지가 나오는 것 같다.
Retention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Retention을 잡는 것이 앞서 말한 Acquisition, 뒤에 나올 Revenue 등 모든 것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Retention은 말 그대로 사용자가 앱을 이탈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리텐션이 0이라면 얼마나 유저를 효율적으로 데려왔든, 이미 마케팅 비용을 지출한 우리는 무조건 적자이다. 데리고 온 유저가 어떻게든 앱을 계속 재방문하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매출을 많이 일으키게 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의 기업의 숙명일 것이다.
리텐션은 통상 앱을 설치한 날로부터 1일 후, 2일 후, 3일 후... 에 몇% 의 사용자가 다시 재방문하는가로 파악한다. 다만 리텐션 주기와 기준 액션은 서비스별로 다를 수 있다. 마카롱의 경우에는, 매일 주유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주차별(설치한 날로부터 1주 차에, 2주 차에, 3주 차에... 재방문한 사용자의 비율) 리텐션을 주로 본다. 또 어떤 서비스들은 앱 재실행이 기준이 아닌 특정 액션이나 구매 리텐션을 주요 지표로 관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리텐션을 높이는 것은 작은 서비스를 신규 론칭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대부분 리텐션을 올리는 쉬운 방법으로 푸시를 많이 사용하는데,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푸시를 발송하면 당연히 앱 실행이 많아져 당일에는 리텐션이 오르지만, 푸시에 대한 피로도와 반감으로 앱 삭제와 같은 이탈이 더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푸시 기획도 지속 가능하고 좋은 콘텐츠여야 한다는 관점으로 생각해야 장기적으로 리텐션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기업은 어쨌든 돈을 벌어야 유지된다. 이미 서비스에 비즈니스 모델이 갖춰져 있고,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 매출을 어떻게 더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포인트가 Revenue의 관점이다.
이커머스를 생각해보면, 보통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구매완료'페이지를 보기까지에는 일정한 단계를 거친다. 회원가입 → 상품 검색 → 장바구니 담기 → 구매하기 클릭 → 배송정보 입력 → 결제수단/정보 입력 → 구매완료 등과 같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은 구매완료까지 도달하는 사용자를 최대한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깔때기(회원가입 수) 자체를 늘리는 방법, 장바구니에 담고 이후 단계로 진행하지 않는 유저에게 리마인드 알림을 보내 해당 퍼널의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 결제방법 간소화로 해당 퍼널의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 등등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퍼널에서 불필요한 단계를 아예 없애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유저 행동 데이터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구조라면 역으로 앱 내 데이터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마카롱에서 주유비 할인 카드를 발급받은 유저들의 속성을 파악해보니, 평균 연비가 전체 평균 연비보다 20% 낮았다면? 전체 사용자 중 평균 연비가 낮은 사용자들에게 주유비 할인 카드를 더욱더 공격적으로 노출시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Referral은 앱 사용자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앱을 얼마나 추천하고, 이를 통해 얼마나 유입되는 가를 파악하는 관점이다. 기존 사용자 중 몇% 가 친구에게 공유를 하고, 공유받은 친구 중 몇 %가 우리 앱을 설치하는지를 파악해 '바이럴 계수'라는 지표로 관리를 한다고 말하지만, 아직은 스스로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공유 이벤트를 진행해 친구 초대를 하나의 페이드 유입 채널로 생각하고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ROAS를 계산해보면 친구 초대 채널의 CAC나 유입 유저의 퀄리티는 평균 이상이다. 그리고 작은 리워드에도 적극적으로 우리 서비스를 공유해주는 유저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장점인 것 같다.
AARRR은 서비스의 상황을 진단하고 개선점을 도출해, 종래에는 성장을 도와주는 유용한 분석 틀이라고 생각한다. AARRR을 비롯한 그로스해킹 관련 지식들을 더욱더 공부해서, 우리 서비스에 적용해보고 재미있는 성공과 실패(?)사례를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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