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시간
대학생 때 잠시 사진을 배운 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받은 숙제는 ‘아이들’을 찍어오라는 것이었는데, 난 별 고민없이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서 아이들을 찍었다. 그 사진을 보신 선생님께선 여러 말씀을 해주셨지만 그 중 한마디를 여전히 기억한다.
“아이들은 네 눈높이에선 보이지 않아."
내가 지금까지도 이 말을 기억하는 건 당시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난 더이상 사진을 찍지않았고 서른이 넘어서야 다시 사진을 찍기위해 카메라를 손에 잡았다.
<1교시부터 찍어주세요> 촬영은 라오스의 ‘루앙남타(LouangNamta)’에서 진행됐다. 숙소 근처에 자주 가는 꼬치집이 있었고, 그 집 식구들과 친하게 지내며 갈 때마다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두 자녀가 있었는데, 그 중 큰 아이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포즈도 곧잘 잡아줬다. 어느 날엔가 내가 “야 너희 친구들도 찍어줄까?” 물으니 둘 모두 좋다하며 각자 자기 학교로 가자고 했다. 여행 중 여러 번 학교촬영을 시도했으나 무턱대고 찾아가면 대부분 실패로 끝났기에 이번엔 먼저 영어선생님 전화번호를 받아 통화한 후 진행했다. 큰 아이의 학교는 통화로는 허락을 받았으나 막상 가니 교감 선생님이 거절하셨고, 둘째 아이의 학교에선 예상외로 무척 반겨주셨다. 내 소개와 함께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들을 보여 드리며 이런 식으로 찍어보고 싶다 말씀드리자 교감 선생님께선 아주 짧게 대답하셨다.
“애들답게 찍어줘.“
난 웃으며 노력해보겠다고 말했고 그녀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1교시부터 찍어줘. 8시 30분에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