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의 괴리
설계 수업 때 교수님과 피드백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교수님의 피드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학생,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고 꿋꿋이 미는 학생이 있다. 단순히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설계를 하는 것이라면 전자가 편하다. 교수님이 고치라고 하는 것 고치고 몇가지 시행착오만 거치게 되면 한 주의 분량은 끝이 나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학생이었다. 그래서 진도는 누구보다 빨랐고 그게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항상 설계 프로젝트가 끝나고 의문이 드는 점이 있었다. 내가 했던 완성된 프로젝트를 보면 처음 잡았던 주안점에서 크게 벗어났다. 그런 의문이 대학 생활을 하는 내내 지속되다가 최근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이라서 내가 생각했던 내용이 있더라도 교수님과의 피드백 때 교수님이 별로라고 하는 내용이 있으면 ”왜?“라는 말보단 “고치겠습니다.”라는 말을 먼저 했다. 눈 앞에 놓인 학교 점수와 휴식이 나한텐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생각한 내용을 교수님께 끝까지 피력하지 않았기도 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내가 생각한 결과물이 나오질 않았다. 이유가 단순했고 실천할 수 있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 버린 것 같아 허무하고 화가 났다.
이제 입학하는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주변에 있다면 이 말을 가장 먼저 해주고 싶다. 당장에 막힌 장애물로 고생을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가장 개인적이며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을. 그래서 나처럼 후회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