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7기3
고등학생 때 나는 일단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늦게 공부를 시작한 탓에 공부하는 방법은 몰랐지만 책상 앞에 누구보다 오래 앉아 있는 학생이었다. 무식하게 앉아 있기만 했는데 당연히 성적은 잘 나오지 않았고 학생은 공부가 전부라는 생각을 가진 그 당시의 나는 살면서 가장 우울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부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졌고 수험 생활을 마치기도 전에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몇 개월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래도 운이 좋게 내가 받은 성적에 비해 좋은 대학교를 진학했고 아직까지도 주변에선 나한테 운이 좋다고 말을 하고 그 말은 나도 동의한다.
요즘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운이 좋긴 하지만 같은 결과를 낸 남들보다 노력은 많이 했다고 확신한다. 그래서 나는 그정도 운을 얻은게 정당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가시적으로 보기에 쓸데없고 허투로 보낸 시간일지라도 그런 하찮은 상황들도 자양분이 되고 결과의 밑바탕이 되었다.
모든 일은 운이 7할이고 기(능력)가 3할이라는 뜻의 운7기3. 요즘들이 이 말이 와닿게 느껴지지만 어찌보면 7할의 운이란건 허상이고 10할의 '기'가 1할의 운을 만드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