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했던 말들
나는 어느 순간부터
‘괜찮아’라는 말을 너무 자주 썼다.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괜찮아,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괜찮아, 다들 이러고 살잖아.”
“괜찮아, 그냥 넘어가.”
그 말은 어쩌면 주문이었다.
넘어가지 못할 것도, 견딜 수 없을 것도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조금은 멀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몰랐다.
그 말을 꺼낼수록
진짜 내 감정은 점점 더 안쪽으로
숨어들고 있었다는 걸.
정신과 의사 앞에 앉아
“요즘 기분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생각은 많았지만
입 밖으로 꺼낼 단어가 없었다.
억울함도, 외로움도, 화도,
모두 내 안에 있었지만
나는 단 하나의 단어로도
그 감정들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잘 모르겠어요.”
그 말만 하고 나왔다.
감정을 말로 꺼내지 못하면
회복도 시작되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감정은 흐름이다.
말은 그 흐름을 바깥으로 보내주는 통로다.
그 흐름이 막히면,
감정은 썩는다.
나는 그 안에서
천천히 무너지고 있었다.
혼잣말처럼,
아무도 듣지 않는 일기장에
내 마음을 써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억울했다.”
“사실 너무 속상했어.”
“무시당한 것 같았어.”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자꾸 내 탓 같아.”
그 말들이 점점 쌓이자
조금씩,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제는 안다.
말하지 않으면
감정은 방향을 잃는다는 걸.
내가 나를 잃는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묻는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감정은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