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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럴듯한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애쓰는 중이에요

by 행복한곰돌이

어릴 적부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 눈에 괜찮아 보이고,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사람.


그래서

늘 괜찮은 척을 했죠.

다 알고 있는 척,

안 힘든 척.


그럴듯해 보이려

애쓰는 게

습관처럼 굳어버렸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 안이 자꾸 고장 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정은 있는데

말이 안 나오고,


말은 하는데

속이 비어 있었어요.


잘 지낸다는 말이

나를 통과하지 않고

겉에서만 맴돌았어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내 마음엔

회로가 없었다는 걸요.


감정에서 행동까지

흐름이 이어지지 않으니까,

툭 쏟아지거나

꽉 막히거나.


그 둘 사이에

뭔가 연결되어야 하는데,

나는 그냥

참거나

터지거나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피곤할까.

왜 사소한 일에 지칠까.

왜 자꾸 멍든 마음처럼

기분이 처지는 걸까.


그건

내가 예민하거나 유난해서가 아니라

마음에너지가

자꾸 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나는 사실

인정받고 싶었어요.


누구보다 잘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럴듯해지기보다

진짜 나다운 회로를 하나씩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느려도 괜찮아요.

꾸물거려도 괜찮아요.

회로는 단숨에 생기지 않으니까요.

에너지도,

서서히 차오르는 거니까요.



나는 오늘도

나만의 속도로

마음과 연결되는 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아직 덜 괜찮아도,

지금 나는

충분히 애쓰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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