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대찌개

짜다고 불평하면서도 또 먹고싶은 맛

by 행복한곰돌이

브런치엔

정말 예쁘게 다듬어진 글이 많다.


한 줄 한 줄 아껴가며 읽게 되고

한참을 멈춰 서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그럴 때면

‘이야, 진짜 잘 쓴다…’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그런 글은 잘 못 쓰는 편이다.


쓸 때마다

어딘가 삐딱하고

말투는 늘 좀 건조하다.


감정을 조리해 담기보다

끓는 채로 꺼내놓는 쪽에 가깝다.



요리로 치면

나는 부대찌개 같은 글을 쓴다.


진하고

깔끔하진 않고

뭐가 좀 섞여 있긴 한데


그런 날 있다.

조용하고 정제된 맛 말고

자극적이고 확 오는 맛이 필요한 날.


그럴 때 한 번쯤

떠오를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



오늘 아침,

브런치 누적 후원금이 4억을 넘었다는 소식을 봤다.


‘우와…’ 싶다가도

그럴 만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기엔 정말

글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 많다.


깊고,

차분하고,

단어 하나에도 마음을 오래 눌러 담는 분들.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부대찌개 하나 끓이고 있다.



쓰고 싶은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은데

할 일은 계속 생긴다.


이럴 땐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명은 글 쓰고

한 명은 일 하고


밤이 되면

서로의 하루를 나눠주는 거다.


오늘 어떤 문장을 썼는지,

어떤 마음이 남았는지.



잘 쓴 글은 아닐지 몰라도

오늘 내 마음은

이 한 그릇에 다 들어있다.


누군가에겐

잊고 지내다 한 번쯤 생각나는

그런 맛이길 바라본다.


그리고,

만약 언젠가

내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여친 지갑을 하나 사주고 싶다.


그게 부대찌개 같은 글을 끓이며

내가 품은

작고 따뜻한 꿈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 두통은, 말하지 못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