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다고 불평하면서도 또 먹고싶은 맛
브런치엔
정말 예쁘게 다듬어진 글이 많다.
한 줄 한 줄 아껴가며 읽게 되고
한참을 멈춰 서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그럴 때면
‘이야, 진짜 잘 쓴다…’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는 그런 글은 잘 못 쓰는 편이다.
쓸 때마다
어딘가 삐딱하고
말투는 늘 좀 건조하다.
감정을 조리해 담기보다
끓는 채로 꺼내놓는 쪽에 가깝다.
요리로 치면
나는 부대찌개 같은 글을 쓴다.
진하고
깔끔하진 않고
뭐가 좀 섞여 있긴 한데
그런 날 있다.
조용하고 정제된 맛 말고
자극적이고 확 오는 맛이 필요한 날.
그럴 때 한 번쯤
떠오를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
오늘 아침,
브런치 누적 후원금이 4억을 넘었다는 소식을 봤다.
‘우와…’ 싶다가도
그럴 만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기엔 정말
글을 잘 다루는 사람들이 많다.
깊고,
차분하고,
단어 하나에도 마음을 오래 눌러 담는 분들.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부대찌개 하나 끓이고 있다.
쓰고 싶은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은데
할 일은 계속 생긴다.
이럴 땐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명은 글 쓰고
한 명은 일 하고
밤이 되면
서로의 하루를 나눠주는 거다.
오늘 어떤 문장을 썼는지,
어떤 마음이 남았는지.
잘 쓴 글은 아닐지 몰라도
오늘 내 마음은
이 한 그릇에 다 들어있다.
누군가에겐
잊고 지내다 한 번쯤 생각나는
그런 맛이길 바라본다.
그리고,
만약 언젠가
내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가장 먼저
여친 지갑을 하나 사주고 싶다.
그게 부대찌개 같은 글을 끓이며
내가 품은
작고 따뜻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