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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두통은, 말하지 못한 나였다

참을수 없는 똘끼

by 행복한곰돌이

정신과에서 그랬어요.

“두통은 참고 있는 감정 때문일지도 몰라요.”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생각해보면,

정말 말하지 못한 게 많았거든요.


참고, 넘기고, 괜찮은 척하던 것들.

하나둘 꺼내놓을 때마다

머릿속에 붙어 있던 통증이

조금씩, 벗겨지는 듯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머리 깊숙한 어딘가엔

무언가 하나가 단단히 잡고 있었어요.


그게 뭘까, 곰곰이 들여다보다가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망가져도 괜찮다는 안정감.’


이 두 가지가

사회적 역할로의 나를 통제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결론은,

똘끼였어요.


이성을 살짝 벗어난 자유,

틀어지더라도 괜찮은 용기,

조금은 오염돼도 좋으니

세상과 맞닿아보겠다는 충동.



글로는 부족했어요.

이건 그냥 말이나 글로 풀릴 게 아니라는 느낌.


그래서,

새벽에 부랴부랴

곡을 썼어요.


내 마음에 똘끼 하나 얹어서,

그렇게 나를

세상에 조심스레 오염시켜봤어요.


이건 단지 해소가 아니라

회복의 시작 같았어요.


표현은,

곧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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