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무와 내 안의 관성에 대하여
테무에 들어갔다.
구경만 하려던 거였다.
그런데 어느새,
몇 개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가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몇 천 원밖에 안 하는데,
이 정도는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기분이 좋아졌고,
조금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결제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정말 필요했을까?”
“왜 또 샀지?”
사실, 그건 물건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참는 쪽이었다.
갖고 싶다고 말해도,
필요 없다는 말이 돌아왔고
말하면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졌다.
그래서 나는
갖고 싶단 말을 안 하는 사람이 되었고,
기분이 상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먼저 하게 되었다.
그게 나한텐 살아남는 방법이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참는 게 당연한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내가
살짝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 때,
나조차도 나를 무시하고 있을 때,
그때 테무가 말을 걸어온다.
“이건 당신을 위한 선물이에요.”
“당신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 말 한마디가 필요했던 거다.
실은 그게,
물건이 아니라 감정이었다는 걸
나는 나중에야 알아챈다.
결국 나는
카드값을 지불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의 허기를 메우려 한 거다.
테무가 친절해서가 아니라,
내가 지쳐 있었던 거다.
심리적 관성이라는 건
예전에 나를 지켜준 반응이
지금도 계속 자동으로 나오는 상태다.
나는 지금,
원하는 걸 말해도 되는 사람인데
아직도 조심스럽고
아직도 죄책감이 남는다.
‘그땐 참아야 했지만,
지금은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걸
몸이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또 결제 버튼을 눌렀다.
이번엔, 위로가 필요해서였다.
이번엔, 나를 조금이라도 돌보고 싶어서였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다음번엔,
결제하기 전에
내게 먼저 물어보려고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이 물건일까,
아니면 그냥 나를 안아주는 무언가일까?”
그 물음 하나만으로도
나는 전보다 조금 더 나를 아끼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