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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멀어진 자리에서

by 행복한곰돌이

사람들은 종종 말해요.

“넌 혼자서도 잘하잖아.”

“네 성격은 혼자가 더 편할 것 같아.”


그 말이

어쩐지 틀리지 않아서,

나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래, 나는

도움 받는 거 어색하고,

뭔가를 부탁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근데 요즘,

그게 진짜 내 모습이었는지

조금 헷갈려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기대는 법을 몰랐던 걸까.


혼자가 편했던 게 아니라,

함께 있을 때 더 불편했던 건 아닐까.



어릴 때부터

도움이란 건,

내가 원할 때 오는 게 아니었어요.


도움은 늘 조건이 붙었고,

받는 순간

내 마음보다

상대의 기준을 따라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마음에 회로 하나가 생겼죠.


“도움을 받으면 내 중심을 잃는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그 회로는 날 지켜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사람들과의 연결을

조용히 끊고 있었어요.



어쩌면

나는 혼자가 아니라

혼자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인지도 몰라요.


에너지를 지키려면

선을 그어야 했고,

내 마음을 지키려면

멀어져야 했어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살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요즘은 가끔

이런 상상을 해요.


내가 힘들다고 말해도

내 의지를 빼앗지 않는 사람,

내가 기대도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걸 멈추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라면

도움을 청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나는 아직도

혼자인 게 익숙한 사람이지만,

이제는 가끔

함께일 수도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내가 힘들다는 말을

내 입으로 꺼낼 수 있는 사람이요.


그 한 마디에도

에너지가 흐를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배우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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