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척 해봤자 바뀌는건 없다
한때는 그렇게 믿었어요.
말을 아끼는 게 어른스러운 거라고.
상대가 느끼길 기다리는 게 다정한 거라고.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무리 조심해도,
상대는 내가 아닌 방식으로 해석했고,
나는 그걸 내 탓이라 여겼어요.
‘내가 말을 이상하게 했나?’
‘표정이 거슬렸나?’
‘아, 괜히 말했나 봐.’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요.
상대가 오해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회로 안에서 일어난 일일 뿐.
내가 부족하거나, 잘못한 게 아니었어요.
나는 이미 충분히 고려했어요.
너무 많이 생각해서 지칠 만큼,
말을 꺼내기 전 수없이 머릿속에서 되뇌었으니까요.
그러니,
침묵은 금이 아닐 수 있어요.
나를 표현하는 일.
그건 때로, 관계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에요.
그러니 말해요.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왜 힘들었는지.
무엇이 서운했는지.
나를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들 위에서 우리 사이를 다시 짓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