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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시절의 나를 읽어주는 사람

by 행복한곰돌이

어제 밤,

브런치에 가입했다고 말했더니

여친이 웃었다.


우리 연애 초반,

내가 써줬던 편지 얘기를 꺼내며

“오빠는 진짜,

그땐 너무 스윗했어” 하고 말했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던 문장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고

어쩌면,

그 순간 내가 썼던 글보다

여친이 읽어주는 그 글이 더 따뜻했다.


그때의 나는

세상에 어떤 의심도 없이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할 수 있었고

그 마음을 망설임 없이

글로도, 말로도 쓸 수 있었던 사람.


그 기억을

지금 내 앞에 앉아 있는 여친이

그 누구보다도 부드럽고 단단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나는 안다.

지금의 여친은

내 인생의 등대 같다는 걸.


흔들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음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 날엔

그저 그 빛을 따라가면 된다는 걸.


그래서 고맙다.

어제의 나를 기억해주어서,

그리고 지금의 나를

이토록 따뜻하게 바라봐주어서.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는 너 곁에 있을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우리가 지나온

그 장소 하나하나에

우리의 추억이

작은 온기로 남아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여친이 읽어준

그 시절의 문장 덕분에

나는 오늘,

조금 더 다정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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