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의 논리를 지우고, 나만의 회로를 만들기까지
물리적으로는 멀어졌어요.
같이 살지도 않고,
그 목소리를 매일 듣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어떤 상황 앞에 서면
낯익은 말이 자동처럼 떠올라요.
‘그러다 망해.’
‘그건 네가 감당할 수 없어.’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건 지금의 내가 만든 판단이 아니라,
과거에 각인된 ‘논리 회로’에서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신호 같았어요.
아, 이건 내 회로가 아니구나.
그 시절,
부모의 불안과 두려움으로 짜인
타인의 회로였구나.
이제 나는
그 회로를
하나씩 바꾸는 중이에요.
‘그럴 수도 있지.’
‘망하지 않을 수도 있어.’
‘조금 더 가보고 싶어.’
처음엔 어색하고,
몸이 반발했어요.
익숙한 길을 버리고
새로 배선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분명 느껴져요.
조금씩,
정해진 길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
나는 이제
내 감각과 판단으로
논리를 만들고 있어요.
불안이 아닌 신뢰를 기반으로,
억압이 아닌 가능성으로 짜인
새로운 회로를.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이 길이면
이제는 내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