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불안한가보다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았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픈 날들이 길게 이어졌고,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다.
쉬는 동안,
이력서의 공백은 점점 길어졌다.
자존감은 조금씩 말라갔고,
회사들은 아무 대답도 주지 않았다.
버티다 못해
식당 주방일 면접을 봤다.
일단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니까.
그 전에 봤던 건 학원 보조 일이었다.
면접은 밤 10시에 보자고 했다.
그때 알아챘어야 했나 싶다.
나를 보고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괜히 단가를 흘리듯 깎고 싶어 하는 게 느껴졌고
학력 얘기를 하며 은근한 선 긋기를 했다.
이번 식당은 좀 달랐다.
매니저는
“스무 살도 뼈를 묻겠다 해놓고
하루 만에 도망간다”고 말했다.
나이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했지만,
그 말엔 어쩌면
기대와 체념이 섞여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수습 기간은 2달.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몸이 버텨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수시로 고개를 든다.
일단은 집에 와서
유튜브로 주방 동선과 칼질을 찾아보고
블로그로 선배들 후기를 읽고 있다.
머리로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일은 몸으로 하는 거니까
결국 부딪혀봐야 알 일이다.
오래 쉬었고,
마음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그래도
지금 나는
다시 한번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