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부모 둘 다
너무 애새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나도 당황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고,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했다.
근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너무나 정확하게 마음에 꽂혔다.
아빠는 회피하고
엄마는 쎈척했다.
둘 다 감정을 감당하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도 못했다.
어떤 날은 남처럼 굴고,
어떤 날은 아이처럼 울었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늘 나만 어른이어야 했다.
그들의 표정을 먼저 살폈고,
그들의 감정을 먼저 헤아렸다.
그게 너무 오래돼서
이상한 줄도 몰랐다.
그저 그게 가족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갑자기 들었다.
이 사람들… 애새끼구나.
그들의 행동이 아니라,
그들이 피하고 있던 감정이 보였다.
쎈척은 무너질까봐 벌벌 떠는 마음이고
회피는 감당할 힘이 없다는 말이었다.
어른인 척, 부모인 척,
내가 괜찮은 척.
그 모든 척들이
이제는 그냥 ‘못 자란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크게 아프지도 않았다.
조금 놀라고
조금 슬프고
조금 외로웠지만
그 감정들은
그저 ‘잠깐’이었다.
정말 길어야 1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조용해졌다.
어떤 사람들은
그 1분의 고통을 피하려고
30년을 도망친다.
끝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 채
평생을 망쳐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고통은 정말
잠깐이다.
정면으로 마주하면
사라진다.
무너지지 않는다.
그저 지나갈 뿐이다.
나는 오늘, 그 1분을 지났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더 나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솔직해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여전히 애새끼일지 몰라도
나는 내 감정을
더 이상 속이지 않을 거다.
고통은 잠깐이고,
그 후의 변화는 평생이다.
그리고 그 문장을
이제는 내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