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예전엔 하고 싶은 말을 곧잘 꺼냈던 것 같아요.
불편하면 불편하다, 잘못되면 잘못됐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목소리를 삼키기 시작했어요.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말을 하고 나면 남는 건 가벼움이 아니라 묘한 피로였어요.
상대는 변하지 않고, 오히려 관계만 어색해지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차라리 하지 말자”라는 회로가 자리 잡았어요.
남에게 싫은 소리를 안 한다는 건, 겉으로는 부드러운 사람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고여간다는 뜻이기도 해요.
회피일 수도 있고, 배려일 수도 있겠죠.
어쩌면 둘 다일 거예요.
나는 여전히 생각해요.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게 나를 지켜주는 길인지,
아니면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드는 길인지.
다만 분명한 건, 예전처럼 무작정 쏟아내는 대신
이제는 내 에너지를 아끼는 쪽으로 몸이 배웠다는 거예요.
그게 성장인지, 또 다른 억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