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에 찬 사람을 보면, 처음엔 좀 든든하게 느껴진다.
말이 분명하고, 태도가 단단하니까
왠지 따라가면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그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확신이 잠깐의 안심을 주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사람과 오래 있을수록
내 감각이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 든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감정보다 판단이 앞서게 된다.
내가 틀린 건 아닌데도,
자꾸 틀린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확신은 방향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여백을 지운다.
자신의 경험을 법칙으로 만들고,
남의 길까지 재단하려 든다.
“나는 이렇게 해서 됐으니까, 너도 이렇게 하면 돼.”
그 말 속에는 무심한 폭력이 숨어 있다고,
요즘은 그렇게 느낀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 같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생각과 가치관의 결도 다르다.
그 다름을 모른 채
확신만으로 밀어붙이는 순간,
그건 신념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무시에 가까워진다.
이상하게도, 겸손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겸손한 줄 모르고 살아간다.
내가 보기엔 그런 사람들은
부족함을 느끼더라도 그걸 피하지 않고,
그 부족함 속에서 세상을 배우려 한다.
그게 진짜 겸손 아닐까 싶다.
겸손한 사람 곁에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그들은 가르치려 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알아차릴 시간을 준다.
그 침묵 속에서
내 감각이 다시 살아난다.
그래서 요즘은 확신보다
모름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을 믿고 싶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사람.
내 생각엔, 그게 진짜 용기인 것 같다.
확신은 강해 보이지만,
단단함은 결국 의심 속에서도
조용히 자신을 지키는 힘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