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살던 동네를 떠올리면,
그곳의 풍경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공기의 결이었다.
낮게 깔린 하늘, 조금은 느린 걸음,
말을 아끼는 얼굴들 사이로 흐르던 조용한 시간.
그땐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그 안에서 숨 쉬는 법을 배웠고,
불편함도 익숙함으로 덮어두며 살았다.
불편한 줄도 모르고,
조금 답답해도 그게 삶인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곳은 나쁘지 않았지만,
내가 오래 머물기엔 너무 낮은 천장이었다는 걸.
사람들은 다 비슷해 보였고,
목소리는 작았고, 표정은 조심스러웠다.
어디까지가 배려고 어디부터가 체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들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를 줄였고,
괜히 튀지 않으려 발끝을 세우고 살았다.
이제 다시 그 동네에 서면,
그때는 몰랐던 숨막힘이 먼저 느껴진다.
사람들이 작아 보이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이 내 숨을 접어놓게 했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다.
그건 우월함도, 거리 두기도 아니다.
그저 내가 조금 달라졌다는 신호다.
시야가 넓어졌고,
몸이 편안한 높이를 알게 되었고,
숨 쉬는 데 필요한 여백을 알게 됐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억지로 맞추지 않기로 한다.
나를 줄여서 어울리는 방식 대신,
나를 지키면서 머무를 수 있는 곳을 고른다.
어떤 동네는 추억으로 충분하고,
어떤 곳은 지금의 나를 위해 남겨둔다.
그 차이를 알아보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조금은 멀리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