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브런치를
그럴듯한 말을 잘 엮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들인데,
조금이라도 그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팔로워도 많고
댓글도 활발해서
아, 여긴 뻘소리를 그럴듯하게 쓰는 공간이구나,
그 상황에 적응해서 글을 써왔었다.
그런데 요즘,
가끔씩 오래 머물게 되는 글들을 만난다.
말이 조심스럽고
확신보다는 망설임이 먼저 나오고
자기 생각이 맞다고 주장하기보다
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글들.
그제야 깨달았다.
이 공간이 이상한 게 아니라,
각자가 자기가 맞다고 믿는 자리에서 쓰고 있었던 거라는 걸.
누군가는 경험이 적은 자리에서 확신을 쓰고,
누군가는 경험이 쌓인 자리에서 질문을 쓴다.
그 차이가 글의 깊이로 드러날 뿐이다.
예전에는
틀린 말이 너무 많아 보였다면,
요즘은
다른 단계의 인식들이 한 공간에 겹쳐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이 글이 맞다, 틀리다보다
이 사람은 지금 어디에 서서 이 말을 하고 있는지를 보게 된다.
브런치는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변한 건
그 글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일 가능성이 더 크다.
조용히 깊은 글들은
원래부터 있었고,
다만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조용한 결이 보이는 쪽에
내가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