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컨설턴트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대개는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나온다.

방법을 모르니 대신 정리해주고,

길을 모르니 지도를 그려주는 역할.


그런데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는 장면은 조금 다르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

이미 알고 있고,

이미 한 번쯤은 다 해봤고,

어디서 막히는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문제는 정보가 아니라

결정의 무게다.


하면 바뀐다는 걸 안다.

대신, 책임도 같이 온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멈춘다.


그 지점에서

컨설턴트의 말은 종종 공허해진다.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이 방향이 맞습니다.”


맞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말은

이미 아는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한다.


사람이 멈추는 이유는

무지가 아니라

감당의 문제일 때가 많다.


지금 삶을 유지한 채로는

그 선택을 감당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판단이다.


이 선택을 하면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

그리고

그 손실을 지금의 내가

견딜 수 있는지.


그걸 같이 봐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똑똑한 말도

그냥 정보로 남는다.


컨설턴트에 대한 내 의문은

거기서 시작된다.


당신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아직 모른다고 가정하고

설명하고 있는가.


알고 있는데 못 하는 사람과

몰라서 못 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언어가 필요하다.


그 차이를 건너뛰는 순간,

조언은 도움이 아니라

소음이 된다.


나는 요즘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이 질문부터 던지게 된다.


이 사람은

몰라서 멈춰 있는 걸까,

아니면

알지만 감당하지 않으려고

멈춰 있는 걸까.


그 질문이 빠진 조언은

아무리 논리가 맞아도

삶에는 잘 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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