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 아무거나 아니에요.

음식취향이라면 할 말이 많지 암.


오늘 뭐 먹을래?

네가 정해.. 아니야, 네가 정해. 너 먹고 싶은 거 있어?라는 물음에, " 나 결정장애 있어. 아무거나 먹자"는 나의 단골 대사이다.


그렇다고 "김치찌개 말고, 파스타 같은 그런 걸로 아. 무. 거. 나"는 아니다.

그저 나의 취향을 한껏 드러내며 살지 못한 채로, 나의 기호를 조금 누르고 대세를 따르겠다는 양보의 미덕과 상대의 불평불만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자기 방어가 적절히 섞인 대사일 뿐이다.

(사실 정말 아무거나 잘 먹는다)


그런데 장강명 작가의 [책 한번 써 봅시다]를 읽다가

좋아하는 영화 5위를 묻는 물음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아니, 좋아하는 영화가 문제가 아니고 본 영화 자체가 기억이 안 났다.

코로나 시국 이후로 영화관을 가 본 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럴싸한 영화 취향이 아니라 그런 것일까.

답이 안 나오는 물음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에잇! 이건 장르가 나한테 안 맞아!

난 먹을 것으로 간다! 내가 먹을 건 좀 좋아하지 엣 헴 한 것이다.


그러고는

시작해본다.

좋아하는 음식! 베스트 5가지!!!

두구두구두구두구 ( 두구두구두구를 쓰는 와중에도 머리엔 동네 백반집처럼 좋아하는 음식들이 둥둥 떠다니는데 이걸 너 1위, 너 2위 하고 날카롭게 집을 수 없음에 난 또 한 번 좌절했다.)


바로 1위가 안 나오는 관계로다가 장황하게 써본다.

난 일단 면을 좋아한다. 칼국수, 냉면, 열무국수, 비빔국수 등등 온갖 면이란 면은 다 좋아한다.

근데 자장면은 별로다. 왜지? 자장면은 한 젓가락만 먹어봐~ 맛이라도 봐~ 이 집 진짜 맛있다. 하는데도 사양이다! 이런 걸 보면 취향이 확고한데..

아! 급 생각났다.

두구두구두구


나의 1위 최애는 쌀. 국. 수!

그것도 우리 옆 동네 포 카페라는 작은 가게의 매운 쌀국수를 아주 아주 아주 좋아한다.

퇴촌에 포 사이도 좋아하지만 거리상 포 카페를 제일 애용한다.

아삭한 숙주, 적당히 진하고 매콤한 국물에 매운 것이 더 당길 때는 함께 썰어내어 주신 청양고추를 후다닥 넣는다.

상큼한 레몬도 1/8 조각 국물에 넣으면 딱! 좋다.

심지어 모르는 동네 어딜 가도 쌀국수는 거의 보통은 간다.


그리고 2위는 주꾸미 삼겹살!

적당히 매콤한. 그리고 야들야들한 그 맛.

상대원 선경아파트 앞 주꾸미 대통령이라는 곳을 애용했다.

첫째 아이가 3살 정도 일 때를 마지막으로 못 갔는데, 지금은 그곳이 다 재개발 지역으로 개발 중이라 사장님이 어디로 식당을 옮기셨는지도 알 수가 없어 아쉽다.

이곳은 맛도 맛이지만 신랑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 더욱 애틋하고 맛있는 곳이다.

쭈삼 3인분에 콘버터 3 접시, 소주 3병을 먹고 나오던 3.3.3의 집이다.


3위는 알리오 올리오(감바스)

라고 쓰고 마늘 듬뿍, 페페론치노 듬뿍, 오일 듬뿍인 그런 집 파스타다.

이걸 먹어본 사람은 미쳤다고 한다.

페페론치노를 한주먹 가까이 넣기 때문에 이미 올리브 오일과 페페론치노가 만나는 순간부터 집안이 매캐해지고 아이들은 콜록콜록거린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내 최애 집 메뉴이다.


4위는 콩국수

콩밥은 별로. 콩자반도 별로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콩국수는 엄청 좋아한다.

매 여름마다 시어머니가 콩국물을 직접 해다 주실 정도로. 내 취향은 소금파.

유통기한이 짧은 게 아쉽긴 하지만 뭐 어떠랴.

그 기한을 넘겨본 적이 없는걸.


5위!

사실 1위가 생각나자마자 2,3,4위는 물 흐르듯 메뉴들이 생각났다.

5위가 고민이다.

삼겹살을 적자니, 갈비가 울고

갈비를 적자니 해물찜이 운다. 회도 좋아하는데.

구황작물은 안 좋아하는데 옥수수는 또 되게 좋아한다.


그래서 쿨하게 내 맘대로 5위는 공석이다.

언제든 내일 먹고 싶은 걸 5위로 올려놔야지.



뭐, 대단한 마무리를 짓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또 그냥 이렇게 마무리를 하자니 되게 일기 같고 그렇다.

어찌 되었든!

이제 나의 취향을 공개하였으니

자, 이제 저랑 맛있는 것 먹으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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