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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짜증 다스리기

by 감정의 조각들

나는 쉽게 짜증을 내는 편이다. 신혼 초에는 이 때문에 남편과 갈등이 많았다. 나는 사소한 일에도 자주 짜증을 냈고, 남편은 그런 내 모습을 싫어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짜증이 나 있을 때가 많았다. 짜증을 낸다는 자각 없이 행동하는데, 남편은 내 말투에서 짜증이 묻어난다고 말해 돌아보게 된 순간이 많았다. 그렇게 짜증을 내는 나를 마주하면, 그런 내 모습이 싫어져서 또 짜증이 난다. ‘아, 무슨 이런 감정의 악순환이 다 있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짜증이 난다는 것은 결국 사소한 불편함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 때문이지 않을까. 대놓고 화를 낼 만한 명분은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짜증이 올라온다. 자주 짜증을 내는 걸 보면, 나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기분이 상하는 편인가 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새로운 공문을 받았는데 같은 업무임에도 작년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 것을 발견했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일이거나 과도한 것을 요구는 아니다. 그래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업무를 어떻게 하라는 거야!" 하고 화를 내지는 못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니, 왜 자꾸 같은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거야.’하는 생각이 들며 짜증이 밀려온다. 그러면서도 생각한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고, 또 잘할 수 있으면서 나는 왜 쓸데없이 감정을 낭비하는 걸까. 정말 말 그대로 감정의 낭비인 셈이다.

또 나는 남편에게 바라는 점을 바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런 감정이 쌓이다 보면 결국 짜증이 올라오고, 남편은 귀신같이 이를 단번에 알아챈다. 그러면 남편도 기분이 나빠지고 우리의 갈등이 시작된다. 다른 사람들과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갈등이 생길 거라면 차라리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텐데, 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혼자 짜증만 내고 있는 걸까. 아마 내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행동해서 그런 게 아닐까. 짜증이 난다는 감정은 도대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짜증은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알지 못할 때 생기는 불쾌한 감정이었다. 화가 나는 건지, 서운한 건지, 속상한 건지, 아니면 복합적인 감정인지. 그래서 짜증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 본다. 업무가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아, 나는 조금 더 즐겁고 편하게 일하고 싶구나. 그럴 수도 있지. 직장인이라면 다 그럴 거야.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또 해봐야지.’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아, 내가 이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바라는 점이 많구나. 하지만 우리가 서로 감정이 상하는 건 원치 않으니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 보자.’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행히 남편은 내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니 참 고마운 일이다. 화를 내서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감정을 통제하지도 못하는 불완전한 사람이기도 하다. 내가 화를 내거나 서운함을 바로 표현하면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두려워서 피하는 감정이 짜증으로 나타나는 건 아닐까.

나는 모든 일에 초연하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이해하는 대인배가 되고 싶다. 하지만 대인배가 되는 길은 왜 이렇게 어렵고 버거운 걸까.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도 중요한 점은 내가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성공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노력 중이다.

결혼 4주년 기념일에 남편이 당직 근무를 하게 되었다. 저녁에 잠깐 나와서 함께 밥을 먹을까 했지만, 나는 대인배인 척 "다음 날 같이 먹으면 되지."라고 했다. 그렇게 말할 때까지만 해도 진심이었다. 하지만 막상 저녁이 되어 집에서 혼자 밥을 먹으니 ‘아, 결혼기념일에 혼자 밥을 먹는 건 좀 외롭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그러면서 또 짜증이라는 반갑지 않은 친구가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하필이면 매일 바쁘다가 그날만 약속도 없었다. 친구들에게 연락해 봤지만, 다들 바빴다. 짜증의 단계가 1부터 10까지 있다면 이때의 감정은 2~3 정도랄까. 하지만 내가 괜찮다고 이야기했으니 내 감정도 정말 괜찮아져야 했다.

짜증이라는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먼저, 내 마음과 요구사항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가 내 감정을 이해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용기가 생긴다. 다음으로는 내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남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나 사실 서운해.’ 다행히 남편은 내 사인을 알아듣고 내가 좋아하는 사탕을 사서 집에 왔다. 그러면 나는 생각보다 간단하게 행복해진다. 아마 혼자서 짜증만 내고 있었으면, 다음 날 만난 남편을 봐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고, 남편도 그런 나를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짜증이라는 감정은 외부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다. 계획했던 일을 이루지 못했을 때,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나 자신을 마주할 때, 운동을 하면서 몸이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생겨난다. 예전에는 내 감정을 내가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해 힘들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런 순간에는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나를 격려하기 위해 마스크팩을 하고, 산책하며 운동을 한다. 감정에 휘둘리는 대신 차분히 바라보고 다스리려고 한다. 결국 내 감정은 내가 다스려야 하며, 실제로 나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나아간다.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습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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