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오랜만에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셔도 되는지 물어왔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고, 퇴근 후에 3차까지 술자리를 가지고 돌아왔다. 평소보다 늦는 시간, 연락이 없어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도착한 답장은 짧고도 무거운 한 문장이었다.
“인생이 너무 힘들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그 말에 담긴 감정의 무게가 너무 커서 한동안 휴대폰을 든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곧 서운함으로 바뀌었다. ‘힘들다’는 그 말, 왜 지금 나에게 하는 걸까. 왜 내가 불안해지도록 하는 걸까. 애써 “마시고 와”라고 말했던 내 마음은 뭐가 되는 걸까. 이내 문득, 혹시 내가 오빠를 힘들게 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오빠를 더 지치게 만든 건 아닐까. 자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대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지치고 힘든 날이 있는 법이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런 마음조차도 판단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결혼은 참 쉽지 않다. 요즘 그걸 자주 느낀다.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항상 행복할 수는 없고, 어려운 삶을 함께 겪으며 이겨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함께 허우적거리고 함께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걸지도 모른다.
요즘 즐겨보는 부부 유튜버가 있다. 나보다 어린 부부인데도 생각이 깊고, 무엇보다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영상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어느 날은 그들처럼 남편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기도 하고, 상냥한 말투로 다가가 보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우리의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이지는 않았다. 흉내로는 닿을 수 없는 감정의 깊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언젠가 우리도, 서로가 서로에게 자랑스러운 부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고 싶다. 사랑도, 부부라는 관계도 계속해서 배워가야 하는 거니까.
그날 밤, 남편은 술에 잔뜩 취한 채 집에 돌아왔다. 자기가 했던 말도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았다. 피곤했는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나는 말없이 옆에 앉아 그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봤다. 지친 얼굴이 왠지 낯설고 안쓰러웠다.
다음 날 아침, 조심스럽지만 장난스럽게 어제 왜 그랬는지 물었다. 남편은 말했다.
“인생은 힘들지. 그래도... 너 있어서 좋고, 힘이 돼.”
그 말 한마디에 어제의 모든 감정이 조용히 녹아내렸다. 복잡했던 마음이 스르르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있어서 힘이 된다고 해줘서.
나는 아직 서툴고 부족하지만, 이 사람의 옆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하루하루 연습해보려 한다. 오늘도 퇴근하고 돌아올 남편을 꼭 안아줘야지. 내가 그의 인생에 작은 위로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