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참여하고 싶어요’ — 나의 첫 독서모임 이야기

by 감정의 조각들

첫 독서모임에 다녀왔다.

여느 때처럼 중고거래 장터인 당근마켓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동네 모임 추가 모집 글을 보게 됐다. ‘독서모임’이라는 단어에 눈이 멈췄다. 사실 이전부터 독서모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내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 어떻게 보면 쉬운 일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낯설고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은 어쩐지 마음이 움직였다. 밤이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용기가 조금은 더 쉽게 났고, 댓글을 남겼다.
“저도 참여하고 싶어요.”

모임장님은 흔쾌히 나를 초대해주었고, 그렇게 나는 내 인생 첫 독서모임의 회원이 되었다. 첫 모임은 일정상 참여하지 못했지만, 2주 뒤 진행된 두 번째 모임에는 드디어 함께할 수 있었다. 이 모임은 매번 6명이 정원이었고, 선착순 모집이라 공지 글이 올라오기만을 혼자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공지가 올라오자마자 얼른 손을 들었다.

모임장님의 세심한 진행 방식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다. 신입회원인 나를 위해 작은 환영 선물까지 준비해주셨다. 필통과 펜, 포스트잇, 책갈피 등 하나하나가 정성스럽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모임 장소는 시립도서관 소회의실. 책과 사람을 마주하기에 조용하고 단정한 공간이었다. 주부, 취준생, 직장인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였다. 감성적인 사람도 있었고,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감정의 결로 다가왔고, 어떤 이야기는 논리의 구조로 와닿았다.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잠시 빌려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 순간들이 참 감사했다.

모임은 화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9시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첫 책은 『도파민: 인류를 위한 대화의 감각』이었다. 도파민에 중독된 현대인들에게 문해력을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혼자였다면 절대 완독하지 않았을, 흥미분야의 책이 아니었지만, 모임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었다. 그 과정에서 책을 대하는 내 태도도 달라진 것 같다.

우리 모임은 책을 돌아가면서 선정하는 방식이라서 평소 내가 선택하지 않았을 법한 책들도 만나게 된다. 그 점이 특히 좋았다. 독서의 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꼈다.

서로가 제시한 발제문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자,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 전혀 다른 시선도 있어 흥미로웠다. 사실 처음에는 부담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편안했다. 특히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회원이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었다.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거기까지는 사실 생각 못 했어요.”라고 말하면 되었고,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독서모임에 열심히 참여해서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내 언어로 표현해보고 싶다. 아직은 말이 매끄럽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서는 떠돌다가 입 밖으로는 엉뚱하게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꾸준히 말하고 나누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조금 더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더 나아가서는 언젠가 내가 모임장이 되어 직장 내 독서모임을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서로 직종이 다른 사람들과 책을 통해 대화하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같은 직장 안에서 공감대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도 꼭 해보고 싶다.
예전에는 ‘내가 모임을 이끌기엔 아직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이제는 언젠가는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2026년, ‘독서모임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내 모습을 살짝 상상해본다.

오늘은 덕분에 책도, 나도, 사람도 조금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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