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솔직히 말하면 ‘돈’ 때문이었다. 자그마한 월급만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엔 늘 부족했고, 그래서 부수입이 생기면 좋겠다는 현실적인 바람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작가가 되는 일도 결코 쉽지 않았다. 감정이 메마른 나는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도 몰랐고, 나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두렵기까지 했다. 열심히 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건 아닐까—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여전히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주 조금씩, 조심스럽게 이런저런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역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작가 되기’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내 글을 바탕으로 신청서를 냈지만 탈락했다. 그때 문득, ‘나는 역시 작가의 자질이 없는 걸까? 내 글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며,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이후 내가 써왔던 글들을 바탕으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고, 다행히 이렇게 나의 글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감정’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나는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다. 생각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오랫동안 생각하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졌고, 한때는 생각이 많아질수록 우울감에 깊이 빠졌던 기억 때문에, 그 이후로는 될 수 있으면 생각을 피하려고 지내왔다.
그런 나에게 ‘감정’이라는 주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졌지만, 그래서 더 끌렸다.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글쓰기를 계기로 내 감정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었다.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글쓰기가, 어느새 나에게는 힐링이자 위로가 되어 있었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들여다보는 것이 무서웠던 걸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지 못했고, 사람들에게 비교의 대상이 되는것도 익숙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은 ‘연예인을 시켜야 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예뻤고, 나는 그런 동생 옆에서 자연스럽게 ‘비교의 기준’이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늘 동생에게 쏠렸고, 나는 조용히 무시당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싶지 않았고, 내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익숙해졌다. 성인이 된 지금도 인간관계는 여전히 어렵고 서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고 사교적인 이들을 보면 아직도 부럽다. 그렇게 나는 나를 외면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나를 부족하게만 여기고, 남을 부러워하면서만 살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있다. 글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내 감정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인간관계가 어려운지,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주기 위해 글을 쓴다.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한 후 우선 많은 책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소재로 글을 쓰는지, 출판된 책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솔직히 절망했다. 세상엔 왜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은지. 그들과 내 글을 비교하니, 내 글은 너무 서툴고 하찮아 보였다. 이런 글로는 단 한 푼도 벌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비교를 내려놓고 그저 ‘나를 위해’ 글을 쓴다.
이렇게 꾸준히 써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글쓰기 실력도, 내면도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작고 서툰 글이라도, 언젠가는 내 마음을 온전히 담아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