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3장
창세기 13장은 이집트를 떠난 아브람 족속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비교적 부자인 상태로 애굽에 들어갔을 아브람과 친족들은 더 많은 부를 쌓은 채 이집트에서 나옵니다. 그들이 이집트를 떠날 때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보았을까요? 유목 민족이라 자연스레 떠나는구나 했을까요, 아니면 벌만큼 벌었으니 성공해서 나가는구나 했을까요. 그 모습을 한 번 상상해 봅니다.
이집트를 떠난 아브람은 벧엘과 아이 사이에 이르러 '여호와의 이름을 부릅니다'. 아마도 제사를 의미할 이 행위는 창세기 13장 말미에 한번 더 나옵니다.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 이르러 거주하며 거기서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았더라.' 창세기 12장부터 좀 갑작스럽게 아브람의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그때부터 아브람과 여호와 하나님은 이미 좋은 관계를 형성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일방적인 은혜 같은 느낌이 있긴 한데, 어쨌든 아브람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길을 나섰고, 부를 얻었고, 때에 맞춰 예를 표했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성 안에서 그의 삶이 진행됩니다.
양과 소와 장막을 넉넉하게 가졌던 아브람 가족은 그의 조카 롯의 재산도 넉넉했기에 함께 같은 땅에 거주할 수 없게 됩니다. 양과 소를 먹일 풀이 부족했을 테고, 일정한 영토 안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게 어쨌든 용인될 수 없는 구조였나 봅니다. 이집트에 같이 들어갔던 조카 롯과 아브람은 여기서 헤어집니다. 롯은 요단 지역으로, 아브람은 아마 그 반대쪽으로 갔겠죠? 아브람이 간 곳은 가나안 땅이었습니다. 지도상으로 가나안과 요단 지역이 반대편인지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롯은 요단 지역 도시들에 머무르다가 장막을 '소돔'까지 옮깁니다. 역사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땅, 소돔. 창세기 13장 10절에는 '여호와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셨다.'라고 나오는 걸 보면 창세기를 쓰거나 편집한 사람은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당한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로 창세기 13장을 쓴 것입니다. '소돔 사람은 여호와 앞에서 악하며 큰 죄인이었더라.' 이것 역시 당대의 판단을 가진 상태에서 소돔의 멸망을 기술한 것인데, 이 장에서는 소돔 사람들이 왜 악하고, 죄인이며 멸망당할 이유라도 있는지 나오지는 않습니다. 롯이 소돔 땅으로 갔다는 데서, 아브람은 좋은 사람이고 롯은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결론을 내리기에는 조금 이릅니다.
롯이 아브람을 떠난 후에 여호와께서 아브람에서 말씀하십니다. '너는 눈을 들어 너 있는 곳에서 북쪽과 남쪽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라. 보이는 땅을 내가 너와 네 자손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이르리라.' 왜 갑자기 이런 말씀을 아브람에게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브람이 복이고, 복 받았고, 은혜받았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이건 너무 갑작스럽고 개연성이 없습니다. 그저 일방적인 은혜, 하나님의 계획을 실현할 자에게 베푸는 은총 같은 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브람이 딱히 뭘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거든요. 그냥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롯이 소돔으로 장막을 옮긴 것처럼 아브람은 헤브론으로 장막을 옮깁니다. 거기서 여호와를 위하여 제단을 쌓고요. 그렇게 창세기 13장은 끝납니다.
창세기 13장을 보며 우리 삶에 적용해 볼만한 점을 찾아봅니다. 우선은 아브람처럼 잘 되어서 어딘가에서 나오고 싶긴 합니다. 그건 결과일 뿐이지만 어쨌든 부러운 결과입니다. 고고한 것도 좋지만 성경은 생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자가 좋다는 게 아니라, 아무튼 아브람처럼 생활이 넉넉한 채로 한 번 살아보고 싶긴 합니다. 두 번째는 하나님의 일방적인 은혜를 받은 아브람은 참 좋겠다는 겁니다. 그는 뭘 잘한 게 없습니다. 그냥 받았을 뿐입니다. 물론 속마음까지야 알 수 없지만 성경에 드러난 문서로 그가 굳이 잘한 점을 찾자면 제사를 드렸다,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뭔가를 잘해서 받는 건 임금이지 은혜가 아니기에 역시 아브람은 그냥 은혜를 받았다고 봐야겠습니다. 참 부러운 인생입니다.
뭔가 은혜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부러워하며 끝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결론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부인할 수도 없습니다. 주여, 아브람처럼 넉넉한 인생을.... 사실은 그렇게 자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가 어떤 고난을 겪었는지는 고려하지 않고요. 꼭 모든 상황을 생각할 필요야 없겠지만. 날마다 만나는 생활의 문제 속에서 한 번쯤은 든든하게 안정적인 상태로 인생을 마주하고 싶긴 합니다. 그러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삶이 엉망인 건 아니고요. 부러운 인생이네요, 아브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