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일 성경

부모 자녀 간에만 성립하는 투정

창세기 15장

by 나성훈

그돌라오멜과 다섯 왕을 이긴 후에 여호와의 말씀이 환상 중에 아브람에게 임했다.

'아브람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요 너의 지극히 큰 상급이니라.'

이미 승리한 아브람에게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브람에게는 용기가 필요했고,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었나 보다. 이미 전리품을 얻은 그에게 자신이 가장 큰 상이라고도 말씀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아브람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아낀 것일까. 유대 민족의 정통성을 위해 후대에 애써 편집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참 복 받은 존재다.


여호와 하나님의 격려에 아브람은 조금은 철없게 말한다.

'무엇을 내게 주시려 하나이까 나는 자식이 없사오니 나의 상속자는 이 다메섹 사람 엘리에셀이니이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지켜 주겠다 하는 존재에게 자신에게는 상속자가 없다고 하는 아브람. 그는 재산을 지키고 자녀를 갖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재산이 많았을 테니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감사 표현도 없이 요구부터 하는 건 당황스럽다. 하나님은 이에 굴하지 않고 아브람에게서 상속자가 태어날 것이라 하신다. 또한 그를 이끌고 나가 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이 많은 자손을 주겠다 약속하신다. 아브람은 여호와를 믿었고 여기서 의롭다 여김을 받는다. 뭐랄까 전적인 은혜의 홍수다. 아브람은 딱히 한 게 없다. 그게 은혜라면 은혜겠지만, 정말 너무 한 게 없다. 그저 투정 부리고 믿었을 뿐이다.


자녀에 더해 아브람은 땅까지 요구한다.

'주 여호와여 내가 이 땅을 소유로 받을 것을 무엇으로 알리이까.'

여호와 하나님은 자신을 위해 아브람이 준비한 제물 사이로 횃불이 지나는 걸 보여 주시며 아브람과 약속한다.

'내가 이 땅을 애굽 강에서부터 그 큰 강 유브라데까지 네 자손에게 주노니~아모리 족속과 기르가스 족속과 여부스 족속의 땅이니라 하셨더라.'

이 말씀 이후 이 땅은 전쟁의 땅이 된다.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아브람 일족들의 전쟁터가 된다.

또한 여호와 하나님은 아브람의 자손이 이방에서 400년 동안 괴롭힘 당할 것을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들은 큰 재물을 이끌고 나올 것이고, 아모리 족속의 죄악이 꽉 차는 날 그 땅을 그들이 갖게 될 것이라 말씀하신다. 아모리 족속이 이 말을 들었다면 정말 기분 나빴을 것이다. 어쨌든 아브람은 장수하다가 평안히 조상에게로 돌아간다고 한다. 뭐랄까 끝없이 편안하고 선택받은 인생 같은 느낌이다.


아브람에게 말씀하신 것이지만,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네 방패고 가장 큰 상급이다.' 이런 말씀은 위로가 된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하루, 누군가 나 대신 싸워줬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날, 뭐든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는 순간이 많은데 이런 말씀을 볼 때마다 '용기를 내야지, 하나님께서 지키시겠지, 믿음을 갖는 것만으로 참 큰 보상이지.' 그런 생각을 한다.

아브람을 자식처럼 여기는 하나님의 마음과 행위도 감동적이다. 환상 중이긴 했지만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별을 보여 주는 장면은 참 낭만적이고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느낌이다. 부모라면 자녀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을 것 같다. 감사는커녕 투정만 부리는 자녀지만 그래도 한 없이 사랑스럽고, 그래서 뭐든 더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 것 같다. 아브람이 받은 은혜는 부모-자녀 관계이기에 받은 것일 수도 있다.

솔직히 성경은 유대민족 관점에서 그들에게 유리하게 쓰인 면이 많다. 그들을 둘러싼 민족들이나 선주민들에 대한 배려는 지극히 부족하다. 민족의 정통성이 필요했을 테고, 전쟁으로 그들을 내쫓고 이긴 게 자랑스러운 역사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선택받은 민족임을 드러내는 게 주변 민족들에게는 어떻게 여겨졌을지 궁금하기는 하다. 예를 들면 이집트처럼 현존하는 나라 입장에서는 구약 성경이 보통 불편한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선택받은 아브람, 은혜받은 아브람. 더불어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는 유대 민족. 뭐랄까 약간 씁쓸하고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여러 생각이 든다. 아브람 개인이 복을 받고, 복으로 불리고, 많은 은혜를 받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건 그대로 그가 잘 즐기고 갔으면 그뿐이다. 그 후에는 각종 죄악으로 둘러싸인 인간 역사가 계속된다. 여러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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