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과 뛰어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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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11월 20일, 원숭환의 명군은 광거문 앞에서 후금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6시간 이상 벌어진 10여 차례의 사투 끝에 후금군은 뒤로 물러났다. 무리한 행군과 굶주림 속에서도 정신력으로 버틴 끝에 얻은 승리였다.
11월 23일, 후금군을 물리친 뒤 원숭환은 숭정제에게 장거리 행군과 전투, 그리고 노숙에 지친 병사들이 성 안으로 들어가 휴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했다. 숭정제는 허락하지 않았다. 원숭환이 분전 끝에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숭정제는 이미 원숭환에게 노여움을 품고 있었다. 후금군이 북경을 기습하게 된 것이 원숭환의 책임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 병자호란 244p
‘병자호란’에서 눈에 띄는 장수를 하나 꼽자면 ‘원숭환’을 말할 수 있습니다. 망해가는 명나라의 마지막 희망. 후금과의 전투에서 연전연패 하다가 원숭환이 끝까지 버텨 주어 명나라는 말 그대로 나라의 명운을 건집니다. 원숭환과의 싸움으로 후금의 ‘누르하치’는 이내 ‘홍타이지’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됩니다. 지금으로 치면 제대로 된 공무원 하나가 나라를 살린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망해가는 나라에도 제대로 된 사람 하나쯤은 있는 법이고 그 사람이 국가의 생명을 조금 더 길게 합니다.
그런 원숭환을 물리친 건 명의 젊은 황제 숭정제였습니다. 숭정제는 원숭환 덕분에 목숨을 건진 건 모르고 단지 황도가 침범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원숭환과 군사들에게 쉼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군인된 심정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던 원숭환. 안타깝게도 홍타이지의 반간계와 명의 정쟁에 휘말려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역사를 되돌아 봤을 때 명나라의 운명은 이때 끝났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명의 숭정제와는 대비 되게도 후금의 누르하치나 홍타이지는 항상 전략적이었습니다. 어느 한 곳을 정복할 때조차도 단순하게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도록 포용과 회유책을 썼고, 가는 곳마다 자기 사람들을 심어 놓았습니다. 성문이 안에서부터 열리게 만든다던지, 원숭환의 경우처럼 반간계를 써서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잘못된 정보를 흘려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초기 후금의 전투는 거의 패배를 모를 정도였습니다. 몽골군도 무역을 통해 적절히 활용했습니다. 리더쉽이 빛나는 나라였습니다.
자기 역할을 하는 좋은 공무원이나 군인이 있거나 뛰어난 리더쉽을 가진 리더가 있는 공동체는 생명이 길고, 강대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사람 자체가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시스템은 좋은 결과를 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시스템은 사람입니다. 즉, 좋은 사람이 좋은 결과를 냅니다.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시스템 구축이고요. 망해가는 나라와 신흥국의 차이를 보며 오늘 우리 조직과 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을 고민해봅니다. 동시에 나는 좋은 직원인가, 혹은 좋은 리더인가도 생각해봅니다. 내가 있어서 뭔가 제대로 돌아가긴 하는건가 정직하게 답해야겠습니다.
원숭환은 이후 근대화한 중국에서도 애국의 상징으로 널리 쓰였다고 합니다. 책으로만 접했는데도 그 사람의 뛰어남이 읽히는 걸 보면 실제 명나라에 이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었을지 짐작이 됩니다. 좋은 인재를 내친 숭정제의 판단력이 아쉽습니다. 그런 리더가 되지 않도록 자주 자신을 살펴야겠습니다.
긴 한 주 보낸 님 고생 많았습니다. 주말 푹 쉬고 또 힘찬 한 주 시작하길 바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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