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etter B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성훈 Jun 28. 2020

[letter.B] vol. 39  

[letter.B] vol. 39 - 6.25를 하루 지난 밤


Book                 

이승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은 전쟁 발발 직후였다. 전쟁이 터지고 전선이 파죽지세로 밀리면서 남한의 수도인 서울은 불과 3일 만에 함락되었다. 이승만은 서울 함락 전에 탈출했고 대전으로 내려가서 서울 시민들에게 정부와 국군을 믿고 동요하지 말라고 라디오 방송을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목포로, 대구로 도망치듯이 내려갔다. 최근에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이승만은 부산에서 피란 정부를 꾸리고 있을 당시, 남한을 포기하고 일본 망명정부 수립까지 고려했다. 


그런 사실 기록은 전쟁기념관에 없다. 오로지 한강철교를 폭파해서 북한군의 남하를 6일간이나 막았다는 영웅적인 전투에 대한 기록만 있다. 또 거기에는 승리하는 국군의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군사적으로는 성공한 작전이었을지 몰라도 갑작스런 한강철교의 폭파로 시민들이 죽어가고, 그 때문에 피란길이 막힌 것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다. 


-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64p


6.25를 하루 지난 밤, 공교롭게도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 책에서 '전쟁기념관'에 관한 부분을 읽었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전쟁기념관이 있기에 점심 산책 겸 자주 가는데, 갈 때마다 '전쟁'을 '기념'한다는 게 의아하게 여겨졌습니다. 박래군 선생님도 비슷한 문제 의식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전쟁은 기념할 게 아니죠. 기념할만한 것들은 세상에 널렸습니다. 전쟁에 붙이기에는 기념이라는 말이 아깝습니다. 


6.25를 하루 지난 밤, 이 책을 읽었기에 한국전쟁에 관해 쓰인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전쟁이 나면 피해를 보는 건 민간인들입니다. 군인도 많이 죽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때로 피해를 입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는 비할바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권력자들이 그렇듯 이승만도 국가 위기 상황에서 제 살 길을 찾아 도망다녔습니다. 겉으로는 구국의 결단인듯 한강 다리를 폭파 하라고 했지만 그 사이에 자신은 안위를 지키고,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일본 망명정부까지 준비했다는 것은 충격적입니다. 


책 제목처럼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6.25 뿐 아니라 당시 정치인과 권력자들의 자기 안위만 챙기는 행동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어떤 의사 결정을 하더라도 결국 피해 보는 건 민간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최근 다시 분위기가 괜찮아지고 있긴 하지만, 남북 관계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럴 때 예전처럼 자기 살길만 모색하는 권력자들이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며 현명한 판단을 해가길 바랄 뿐입니다. 


6.25를 하루 지난 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화려한 행사와 영웅담에 묻혀 '전쟁' 자체의 당위는 왜 논하지 않는지 고민해야겠습니다. 


letter.B 뉴스레터 구독하기 

월-금, 책 이야기를 전합니다.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62409








매거진의 이전글 [letter.B] vol. 3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