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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Aug 17. 2020

[letter.B] vol. 45

- 물이 얼음이 되는 순간


Book                 

액체의 유동성 같은 창발적 속성을 기본 법칙 (예컨대 양자역학이나 중력 같은 것)과 구분해주는 요소 중 하나는 창발적 속성은 갑자기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온도가 약간만 변해도 액체가 갑자기 고체로 바뀐다. 이런 갑작스런 변화, 즉 하나의 창발적 행동에서 다른 창발적 행동으로의 갑작스러운 이동이 바로 '상전이'다. 


한 사람, 한 팀은 퍼즐일 수 있다. 하지만 모아놓으면 (셜록 홈스의 말처럼) 어느 집단이든 상전이를 겪을 가능성은 수학적 확실성이 된다. 


- 룬샷, 275p


어떤 개념은 갑자기 유행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상전이'라는 말도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리학자들에게는 익숙할 이 말이 큰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도서들에서도 종종 보입니다. '룬샷'은 '상전이' 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풀어 쓴 경영서입니다. 


경영서가 대부분 그렇듯, 이 책 역시 해외 다양한 사례를 다룹니다. 하나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실제 일어난 일을 여럿 이야기 하는 형식인데요. 서론이 거의 200p 가까이 됩니다. 이래서는 '상전이' 라는 중심 개념을 만나기도 전에 독서를 포기할 확률이 높습니다. 외국 사람에게는 익숙한 방식일지 몰라도 바쁜 한국인에게는 시간이 아까운 방식 아닐까 합니다. (주관적 견해입니다.)


'상전이'는 어려운 개념 같아도 의외로 쉬운 말입니다. 모습이 달라진다는 뜻인데요. 물이 얼음으로, 철이 용해액으로 바뀌는 것 같은 상태를 말합니다. 경영에 대입하자면 잘 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성장을 멈추고, 아무 희망 없어 보이던 팀이 급성장하는 것 같은 모습을 '상전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궁금해 할 망한 이유, 성공한 이유를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그게 '상전이'다 라고 말하는 게 '룬샷'이라는 책의 방식입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머리 속에 명확히 들어오지 않습니다. 얕은 독서 때문이겠지만 이 책의 서술 방식을 조금 더 쉽게 읽히게 바꾸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상전이'가 일어나려면 평형 상태가 깨져야 합니다. 일정량 이상의 열이 가해져야 얼음이 물로 바뀌고, 쇠가 녹습니다. 액체에서 고체로, 고체에서 액체로 가기 위해 '변수'가 필요합니다. 그 변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경영에 대입하려는 게 이 책의 주된 목적입니다. 아주 연관성이 깊은 방식인지는 모르겠으나 '물리'라는 것 자체가 세상이 존재한 원칙을 탐구하는 학문임을 감안할 때 경영에 그 법칙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다만 사람이라는 게 일반 물체와는 달라서 변수가 아주 많다는 게 문제긴 합니다만 세상에 완벽한 이론도, 책도 존재하지는 않을테니 그저 끝까지 읽어보려 합니다. 


각각의 개체가 일정량 이상 모이고 변수가 작용하면 다른 양상으로 모습을 바꾸는 현상, '상전이'를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룬샷'으로 한 번 파헤쳐 봐야겠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해법이 200p를 넘겨야 나온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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