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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Dec 10. 2020

vol. 51 - 무언의 종교

전광훈이 문제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물의를 일으켰는데 그대로 두었더니 결국 일을 쳤습니다. 종교를 갖고 있는 저는, 기독교가 종교인 저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통속으로 묶여서 부끄럽지만 할 말이 없습니다. 전광훈도 기독교도 문제입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반성을 하더라도 말입니다. 


종교에 관심 많은 저는 이쯤 되니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소위 작은 교회 운동이라 불리는 소규모 모임도 대형 교회와 형식이 같다면 이 대전환 시대에 아무 쓸모 없고, 또 하나의 문제를 일으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없어지거나 아주 다른 존재로 태어나야 합니다. 


말이 없는 종교를 생각해봤습니다. 헛된 말을 하고, 사람을 현혹하고, 경전을 왜곡하는 일 없이 그저 말이 없는 종교는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각자 생각하고, 각자 기도하고, 각자 실천하는 그러나 말은 없는 종교. 대전환 시대에는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처럼 설교하고, 노래하고, 전도하고, 행사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감염병을 퍼트릴 뿐이고 또 하나의 전광훈이 태어날 가능성을 남길 뿐입니다.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이겠지만 못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세속의 권력에 휘둘리며 홀로서기를 하지 못했다. 이때 공해와 최징이라는 출중한 고승이 출현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각기 진언종과 천태종을 열었던 것이다. 두 스님은 출발부터 도성 안의 관사가 아니라 산사에서 시작했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 160p


아무 말 안해도 진리는 세상을 바꿉니다. 산사에서 수행해도 공해와 최징이라는 스님을 통해 일본 불교는 새로워졌습니다. 백날 천날 전도한다, 부흥한다, 기독당한다, 예배한다, 설교한다, 찬양한다, 책 쓴다, 뭐한다, 뭐한다 해도 그 안에 알맹이가 없으면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폐만 끼치게 됩니다. 전광훈처럼 그렇게 됩니다. 


없어지거나, 아주 달라지거나. 이 시대 종교에 바라는 바입니다. 특히 기독교에 바라는 바입니다. 제게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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