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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성훈 Dec 10. 2020

vol. 54 - 본질이 무엇인가

사실 제일 하고 싶은 일은 '선순환을 설계하는 일' 입니다. 아주 근본적이고 옳은 행동을 하나 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결과물이 근본적인 것에 다시 먹이를 주어서 초기 행동의 파이가 커지는 걸 항상 꿈꿉니다. 분야가 어떻든 말입니다. 잔재주 피워서 통하지 않을 세상이라는 걸 알아 버렸기 때문일까요. 가장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본질적인 무엇에 자주 끌립니다. 본질이 없기에 뭐든 흔들리는 건 아닐까 고민도 하고요. 


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에서는 '공채'라 일컬어지는 시스템의 역사와 장-단점, 현실에 대해 다룹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과거 제도'의 여러 변형판인 공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위세가 등등하다고 합니다. 입시를 치르고, 등단하고, 입사 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합격의 문은 좁기에 '사회적 낭비'도 심합니다. 

과거 제도가 없어지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문과 과거 응시생은 21만명이었다고 합니다. 그걸 20년 넘게 공부해도 급제하는 사람은 한 해에 서른 명 남짓.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시험을 보는 헤프닝도 있었다고 합니다. 문학판에서는 '신춘문예'와 각종 공모전이 공채 역할을 했습니다. 연말까지 작품을 받고 그 해 1월 1일에 등단작을 발표하는 신춘문예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일본에도 그런 제도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주목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고요. 미국이나 유럽은 애초에 투고와 에이전트 시장입니다. 자비 출판도 많고요. 뭔가 우리나라만 이상한 틀에 갇힌 기분입니다. 


공채나 공모전이 없어도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욕심 없이 매진할 수 있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세상에 자신을 내보일 기회가 없기에 공채에 모든 것을 걸고, 시험 성적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는 문화....꼭 옳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했으면 바뀔 때도 되었죠. 정말 실력 있는 사람들은 상식 시험이나 수능, 단 한 번의 공모전 수상으로 태어나지 않습니다. 반짝 빛날 수는 있어도 그 사회에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은 '본질'에 매진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창의력도 결국 그곳에서 나올테고요. 


전근대. '당선, 합격, 계급'을 읽으면 공채에 모든 걸 거는 우리 사회가 전근대처럼 여겨집니다. 그런 것은 좀 끝낼 때가 되었죠. 본질이 무엇인지 자주 질문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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