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밥

by 나성훈

나는 밥을 많이 먹는다. 회사에서도 거의 공인된 밥 많이 먹는 인간인데 이렇게 된 데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우리 집 밥그릇이 컸다. 남의 집 밥그릇을 볼 때면 당황스러웠다. 교양 있어서 이렇게 조금 먹는 건가…. 약간 고민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너무 작아서 성에 차지 않았다. 반찬도 당황.


부모님 모두 전라남도 출신이라 많이 차려서 맛있게 먹고 이내 또 먹는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먹고 자라서 조금 먹는 상황이 매우 어색하다. 개인적 우환이나 국가적 사태가 있지 않는 한 거의 많이 먹는다. 이런 말 하기 조금 우습지만, 많이 먹어야 먹는 것 같다. 아니면 당황.


‘머슴밥 먹는다.’

아빠는 고봉밥을 드셨다. 언제나 어느 때나. 김치 하나 쭉 찢어 밥 위에 얹어 뚝딱뚝딱 드셨다. 나름 지성적인 사람이었던 아빠는 밥 먹을 때만큼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뭐 저렇게 많이 먹지 싶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그냥 많이 먹는 정도….


나를 닮아 아이도 많이 먹는다. 원래 애들이 저렇게 많이 먹나 싶을 정도로. 그런데 살은 많이 찌진 않는 걸 보면 체질도 닮은 것 같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식비 걱정도 되고, 커서도 저렇게 먹는 게 과연 괜찮은 걸까, 약간 재미있을 것 같으면서도 걱정도 된다. 뭐 건강하게 커주니 참 감사하다.


사실 아빠는 밥 많이 먹는다고 눈칫밥도 많이 드셨다. 먹는 만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 없으니까. 그래도 꿋꿋이 많이 드셨다. 자기 인생이 있고, 잘 하는 일이 있었기에. 다만 인정받지 못했고, 적절하게 소통할 줄 몰랐을 뿐이기에. 언젠가 보란 듯이 잘될 줄 알고 그냥 많이 드셨던 것 같다. 나름 눈물도 삼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많이 먹는다고 속으로 중얼거렸던 내가 미안하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에는 가족끼리 모여 앉아 영화를 보면서 뻥튀기를 먹었다. 그때도 난 아빠가 내 것까지 다 먹는 느낌이어서 속으로 투덜거렸는데, 그러고 나서 그 일을 당하니, 내가 참.


멍청했다.


잘 먹고 잘 살고 싶다. 아내도 아이도 잘 먹고 잘 살아 바보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

밥 많이 먹고 웃고 정의롭게 살다가 때론 피하기도 하고. 그렇게 사는 것 이상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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