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에서 이사 절차는 간단하다. 이사 할 때가 되면 이사 갈 곳으로 가면 된다. 자가 소유자는 이사 날짜 자유도가 높고, 전-월세 세입자는 계약 기간 만료일에 좌우된다. 이사 갈 곳은 비어 있어야 하므로 우리 집 이사 날과 남의 집 이사 날이 맞아야 한다. 일종의 방석 게임, 평행 이동 같은 거다.
이사는 원래 개인 대 개인의 거래로 할 수 있다. 절차 중 생길 수 있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중개인을 둔 것이다. 이 중개인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거기까지는 그저 신뢰의 영역이다. 끝없이 의심하다 보면 이사는 커녕 사회가 존속할 수 없다. 부동산에 찾아가 중개업자에게 가격과 조건에 맞는 집을 알아봐 달라고 하면, 중개업자는 공동 전산망에 정보를 입력해 집을 찾아 준다.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기에 이 부분도 이제는 앱으로 해결 가능하다. 앞에서 언급한 개인 대 개인의 거래로 회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사 날은 이사 할 집이 비는 날짜와 우리 집의 자금 조달 가능 날짜에 맞춰 결정한다. 전-월세 세입자의 경우 건물주의 자금 사정에 영향을 받는다. 보통 이 부분에서 짜증과 서러움이 폭발하는데 경험상으로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건물주를 만나는 게 스트레스를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자금 여유가 있기에 일을 큰 무리 없이 진행한다. 집 한 채만 가진 건물주의 경우 전-월세 세입자와 입장에 큰 차이가 없어서 돈 한 푼에 민감하다. 전쟁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많이 가난한 자와 조금 가난한 자의 싸움, 슬픈 풍경이다.
이사 날에는 짐 정리를 하는 동안 전입 신고를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일은 공무원들이 처리해주고, 필요에 따라 은행에 서류를 내야할 때도 있다. 잔금과 부동산 수수료, 이사 비용을 치르면 대부분의 일이 끝난다. 그날 참 예민한데, 큰 돈이 오가고 처음 맞이하는 환경에, 낯선 사람들 등등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중개인이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서 친절, 신속하게 처리해주면 고맙겠으나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사, 일정 맞춰서 돈이 오가고 짐을 넣으면 끝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참 많은 갈등과 부담과 짜증을 수반한다. 이사, 어떻게 가나? 어렵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