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란 무엇인가

by 나성훈

이 시대의 이사는 기업의 일이다. 많은 짐을 옮기려면 큰 차와 인력이 필요하다. 큰 차와 인력은 큰돈을 가진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경우는 대부분 기업에 해당한다. 이사는 기업의 일이다. 원래는 내 일인데 기업이 주체성을 가진다. 업체의 일정에 따라 이사 상황이 결정된다.


결혼하고 나서 이사를 두 번 했다. 곧 세 번째 하게 된다. 자기 소유 집이 없을 경우 2~4년에 한 번은 무조건 하게 되는 일. 그 명백한 사실을 알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매번 받아들이기 힘들다. 귀찮고, 돈 들고, 복불복이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이번에도 피하지 못하겠지만, 심리적 짐이라도 덜고 싶다. 이왕 기업의 일이라면 내 마음까지 관리해줬으면 좋겠다.


결국 비용 문제다. 돈 많으면 자주 이사할 필요 없다. 이사하더라도 큰 고통이 없다. 이사는 몸과 마음의 짐을 돈 받고 옮겨 주는 지극히 자본주의적 행위이다. 돈으로 사는 나와 가족의 이동. 자신도 모르게 소외되는 개인. 조금 더 높은 시선에서 보면 자본의 이동에 인간이 짐처럼 따라가는 걸로 보이지는 않을지.


옮길 이, 옮길 사. 이사는 옮기는 것이다. 나를 옮기고, 가족을 옮기고, 짐을 옮겨서 집을 옮긴다. 옮기는데 돈이 든다. 그 노임까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과한 비용이 문제지. 자본의 일, 기업의 일 말고 이사가 다시 가족의 일, 내 일이 될 수 있을까. 짐을 줄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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