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마켓 곤지암> 에서 본 속도와 흐름, 그리고 리듬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우리들의 블루스> 에서 영옥(한지민 분)의 쌍둥이 언니, 영희 역할에 은혜 씨 작가님이 열연을 펼친다! 은혜 씨는 알고 보니 2016년 여름부터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4천여 명의 캐리커쳐를 그렸고, 그리면 그릴 수록 실력이 늘었다고 한다. 은혜 씨는 리버마켓에서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정성 들여 그린 그림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림을 받은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이를 본 은혜 씨도 행복해한다. 화가이자 만화가인 어머니와 함께 나와서 준비하고 어머니는 그림 지도를 해주시기도 하고,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아버지는 이를 영상으로 기록에 담는다. 세상 밖으로 나온 은혜 씨는 온 가족의 지지 속에서 그리고 리버마켓 특유의 즐거움과 편안함 속에서 캐리커쳐 작업을 이어간다.
은혜 씨 유튜브 참고: https://youtu.be/FBTPlcoRSd0
9년 전 양평에 사는 동네 작가들과 주민들이 교류하며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것들을 사고팔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편안하게 놀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해 주말 동안 장터를 열었다. 이 장터가 문호리 리버마켓의 시초이다. 문호리 리버마켓이 이제는 전국에 꼭 필요한 지역과 장소에서 열린다. 지난 주말에는 경기도자박물관, 곤지암 도자공원에서 리버마켓이 열려 답사를 다녀왔다. 이곳 박물관과 공원은 주거지와 거리가 있어 차를 타고 나들이를 나와야 하는 곳인데, 평소에는 북적이지 않았을 곳이 리버마켓이 열려 활기가 넘쳤다.
리버마켓에 참여하는 생산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것을 직접 판매하는 작가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자들은 '위버'라 부르며 리버마켓을 함께 운영한다. 이들은 주차장 안내에서부터 장터 부스 설치 및 운반 등을 직접 하면서 끝나고 끝장토론까지 마무리를 함께 한다. 필자가 당일에 만난 작가들은 2016년, 2018년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신의 여건이 되는 한에 리버마켓에 참여하면서, 동료를 만나고 친구를 사귀면서 서로를 보기 위해 나온다고 한다. 어느 장터이든 소비자/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도 중요하지만, 직접 참여하는 생산자/작가들 간의 유대도 리버마켓의 분위기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가벼운 대화와 인사를 나누면서 친밀한 장소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과 친해지고 재밌어서, 보고 싶어서도 나와요, 고생하면서 연대감도 생기고...
리버마켓에 참여하는 생산자들만큼 다루는 품목과 생산자들의 배치와 구성도 흥미롭다. 흔히 지역축제나 장터에 가면 볼 수 있는 먹거리는 최소화하고 생산자 간 품목이 겹치지 않게 간격을 두어 배치한다. 가령, 목공, 가죽, 옷, 커피, 버섯 등 품목이 겹치지 않도록 띄엄띄엄 한 구간에 하나씩 배치되어 있고, 간단한 음료와 빵 종류도 천천히 구경하고 걷다 보면 하나씩 보이고 어느 곳이든 특성이 뚜렷하다. 또한 목공, 인형, 도자기 체험 등 체험장을 겸한 상품 판매대도 한 곳에 몰려있기보다 곳곳에 자리가 배치돼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도 산만하지 않고 순조로우며 선호하는 곳에 가서 쉽게 체험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곳 리버마켓을 천천히 둘러본다. 어느 하나 급한 것이 없다. 판매대가 일직선으로 늘어진 곳을 걷기도 하고 도자박물관으로 향하는 넓고 열린 곳을 걷기도 한다. 걷다 보면 앉아있고 싶을 때도 있는데, 곳곳에 잠시 쉴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쉬어가기도 좋고 보기에도 예쁜 테이블과 의자는 작가들이 직접 화분과 그림을 올려놓고 테이블보를 깔아 놓는다. 각자 특성이 묻어나 보기에도 즐겁다.
백화점과 같이 창문이 없어 시간 가는지 모르는 것과 달리, 야외 장터의 특성상 이곳에서는 초여름 한낮의 계절도 느끼며 바람도 맞으며 숨 쉴 수 있다. 여느 장터의 북적임과 아이들을 놓칠세라 불안함과 달리, 아이들과 반려견, 온 가족이 나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구경꾼 모두 장터에서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느린 속도로 걸으며 새로운 장터의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다.
리버마켓의 상징: 병아리
리버마켓을 만들어가는 '위버'
리버마켓@온라인 https://shop.rivermarket.kr/
이번 답사에서 우리는 문호리 리버마켓을 운영하는 안완배 총감독님도 만났다. 안 감독님은 "모두 다 감독이다"라고 할 정도로 리버마켓에서 '위버'와 함께 열고 닫는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리버마켓이 열리기 어려워지면서 위버들도 어려움에 처했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진 지금은, 문호리 리버마켓은 매일상회로 열리고, 온라인 마켓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덧, KMTAC 큼특! 리버마켓에 주요한 인물이다! 천막, 테이블, 의자 등 물품을 옮기는 데 쓰이는 트레일러이다. 이 트레일러를 큼특이라 이름붙여주며 리버마켓에 소중한 일원이자 가족으로 여긴다.
필자도 이번에 써니샘봉방앤커피를 운영하는 작가님과도 친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원피스를 첫 눈에 보고 반해서 치수를 재서 사이즈를 맞춰 주문제작을 요청드렸다. 린넨 소재로 만든 시원한 원피스를 입는 그날을 기대하며... 리버마켓에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또 다른 열린 제3의 장소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