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희진 Heejin Choi May 19. 2022

성미산마을과 연희-연남동, 함께 누리는 장소와 관계망

또 다른 드나듦의 장소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6호선 망원역 사이에 '성미산'이라는 해발고도 66m의 동네 뒷산이 있다. 성미산 자락에서 공동육아를 시작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다양한 공동체 활동들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곳을 우리는 성미산 마을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지난번 답사에서 홍성군 홍동면, 장곡면이라는 면 단위 지역적 범위가 있는 마을공동체가 아닌 도시에서 네트워크 형식으로 공통의 관심사에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도시 공동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성미산마을의 사람들은 생활문화를 공유하는 관계망을 가지며 독립된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성미산 길눈이(참고로, 마을해설사와 같은 역할)의 설명에 따르면, 1000-1500여 가구에 이르며 2000년대 초반 성미산 주변으로 처음 모였을 당시에는 공동육아를 고민하며 30-50대 가족 중심 커뮤니티였다면 최근에는 2030 비혼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성미산'을 둘러싸고 개발과 보존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성미산지키기 운동이 이어지면서 성미산을 지키며 가꾸는 공동의 경험을 한 바 있다(성미산 마을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얻기 위해 국토연구원(2013)의 자료를 참조하기를 바람 [창조적 도시재생 시리즈 33] 마을하기, 성미산 마을의 역사와 생각). (#최근 이슈: 성미산 무장애숲길조성사업 논란)

성미산 마을의 역사 - 길눈이 설명 중
성미산 마을지도(마포마을활력소 성미산마을회관 벽)

성미산마을의 구성원들은 서로 닉네임으로 부르며 호칭을 통한 수평적 관계를 맺고 자신의 일이라 생각되는 것은 자발적으로 나서는 '당사자주의'를 내세우고 '잘 싸운다'. 성미산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성미산의 무분별한 개발과 벌목에 끊임없이 대응하기를 지난한 수십 년을 보내고 있으며, 나와 동료의 문제, 우리 사회의 문제에 목소리 내며 함께 살기 위해 애쓴다. 주거, 육아, 돌봄, 먹거리, 교육,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공동으로 논의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겉보기엔 다세대 주택이 즐비해 있어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성미산마을은 곳곳에 함께 머물고 누리는 장소와 관계망이 있다. 초중고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도토리방과후, 두레생협, 함께주택 협동조합, 소통이있어행복한주택(소행주), 성미산마을극장 향, 되살림가게, 문턱없는밥집, 지역화폐 두루/모아페이 등등


성미산 마을문화 키워드 - 길눈이 설명 중
성미산마을회관 옆 마을카페
성미산마을회관 앞 페드병 뚜껑 모음

<성미산학교>

성미산학교
성미산학교
성미산학교 벽보 "비둘기를 찾습니다" :-0

<되살림가게>

되살림 가게는 자원을 되살리고 환경을 되살리고 관계를 되살리는 곳입니다. 재사용녹색가게로 지역화폐 사용 1호점입니다. 사람이, 이웃이, 지역이 자연이 더불어 행복한 마을의 사랑방이 되고자 합니다.
되살림가게

<우리마을 꿈터 택견>

꿈터는 우리 마을의 아이와 어른 모두가 서로 배우고 즐기는 쉼터이자 놀이터 배움터입니다. 2002년 '마포두레생협'의 부설기관으로 시작하여 2008년에는 택견, 자전거 타기와 캠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독립하여 마을의 여러 기관과 연계해서 상생 교육을 하는 곳입니다.
우리마을 꿈터 택견

<마포지역화폐 모아 페이>를 이용해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돕고 있다.

마포 모아페이

<소통이있어행복한주택(소행주) 1호> 더 자세히 보기 참조 링크

자기 집은 자기 손으로 디자인한다는 것이 소행주의 중요한 목표다.
소행주 공동주택
소행주 공동주택, 비누두레

<나루 시민공간> 지하 2, 지상 5 건물에 시민단체와 성미산  협동조합, 마을극장  등이 있다.

나루 시민공간
성미산마을극장 향

<두레생협> 마을의 장터이자 은행, 교류의 장이 되기도 하는 곳이다.

두레생협

우리는 성미산마을의 길눈이 덕분에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거점 공간이 만들어지고 취향, 지향점, 삶의 방식 등을 서로 교류하면서도 다투기도 하는 마을의 일상을 살펴보았다. 성미산마을의 모든 것들을 한눈에 파악하기보다 우리는 단면적으로 성미산 마을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성미산마을이 도시 공동체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식과 마을의 장소를 함께 구성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 나와 동료가 함께 살고 배우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위에서 지지하고 출자하는 등 느슨한 네트워크 연대 체계가 작동하며 모이기도 하고 또 흩어지기도 한다. 


연희-연남동으로 옮겨가 보자. 연트럴 파크로 불리며 옛 경의중앙철도를 지하화 이후 국공유지에 공원 길이 조성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연남동이 뜨기 이전부터 연희동은 부촌이라 불리며 토박이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나, 평창동과 달리, 외부 사람들도 접근하기 쉽고 카페, 식당 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앞서 살펴본 성미산마을에서는 공동체 활동을 위한 거점 공간과 사람들의 관계망을 주로 다뤘다면, 여기서는 건축물과 골목길의 연결성, 드나듦의 낮은 문턱 등을 살핀다. 연희-연남동은 단독주택을 상가로 활용해 카페와 식당, 편집숍 등이 즐비해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건축물과 골목길 사이의 낮은 문턱과 열린 공간의 확보를 통해 내외부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구경하고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낮은 문턱은 상가의 가치나 제품의 값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 담장의 낮춤이나 열림을 통한 이동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쉽게 가게를 드나들 수 있고 판매자와 건축주도 그에 합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건축물의 열림과 골목길의 공유를 쉽게 이뤄낸 것이 아니다. 이를 시도한 사람들은 연희-연남동에 애정을 갖고 살아온 주민이자 설계자이며, 건축주와 행정 사이를 오가며 소통하고 협력한다. 이들의 방식은 건축주의 투자와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면서 지역의 장소성을 새롭게 디자인하기를 시도한다. 이러한 시도들로 인해 지역경제와 상권은 새롭게 활기를 띠게 된다.


우리는 이를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누군가 축출되거나 배제된다면 또는 문제제기를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를 성급하게 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여기서 지역적 특성과 맥락에 따라 건축물이 재구성되고 장소가 만들어지며 사람들 간 관계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느 상충된 지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례 모두 지역에 대한 애정, 주민들의 일상과 참여, 지역경제 활성화 문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할 것 같다. 공적자원 활용과 협동조합 방식을 통한 공동체 활동을 위한 거점 공간과 사회적 가치를 중심에 두거나, 민간자본 활용과 투자/미래 가치를 고려한 방식 등 어떤 것이든 도시 공동체 문화의 다양한 양상이 아닐까. 다소 싱거운 소리지만 누구에게나 낮은 문턱과 열린 장소들을 지닌 도시가 되기를 소망한다. 나아가 이러한 도시 문화를 (재)생성을 위한 계획가의 역할도 촉구한다.


연희동 어느 카페
연희동 어느 카페
연희동 어느 카페, 조형물로써 하늘 다리

연희동 열린 계단 관련 자세히 보기

연남동 세모길
연남동 세모길

연남동 세모길 더 자세히 보기 

작가의 이전글 봄 끝자락, 장곡/홍동마을을 다녀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