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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문 Nov 15. 2021

오름에 오르다

제주도 이야기 #3

무계획 여행이지만 테마를 정하고 싶었다. 문득 최근 SNS에서 본 금오름이 생각나서 이곳으로 향했다.

 

백록담을 닮은 곳

사실 한라산 백록담에 가고 싶었지만, 코시국으로 백록담은 예약제라는 것을 제주도 도착 후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와 비슷하다던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SNS의 여파 때문인지 평일임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다.

 


금오름

기대를 너무 했던 탓일까 생각만큼의 감동은 없었다. 아마도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관광객이 너무 많아 온전히 이곳을 즐기기가 어려웠다. 발걸음을 옮기기로 한다.

 


금오름으로 가는 숲길

나는 이 숲길이 더 기억에 남는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나무 냄새가 가득했다. 금오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이곳 한구석에서 조금은 여유를 즐겨본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친구에게서 한 갤러리를 소개받았다. 제주 오름을 전문적으로 찍으신 김영갑 선생님의 전시회로, 사실 큰 기대감 없이 향한 곳이었지만, 마음을 사로잡혀버렸다.

 


마음에 담은 두 작품

그냥 오름을 찍은 것이겠지?라고 생각했던 나와 달리 큰 여운을 준 두 작품이다. 그냥 오름을 찍은 것이다. 하지만 한참을 보고 있노라니 작품 속 시간과 공간이 느껴졌다.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들과 그림자의 움직임 그리고 그 장면을 찍기 위해 한참을 서성이던 모습까지. 사진으로부터 감동을 받기는 처음이다.
 

김영갑 섭생님은 일생의 많은 시간을 이 오름을 찍기 위해 사셨다고 한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을 관찰하며 그것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결국에 한 장면으로 찍어낸 사진들에 그분의 열정과 사랑이 느껴졌다.
 

무엇인가 열렬히 사랑하면 나의 사랑이 누군가에게도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아주 단순하지만 평생을 무엇인가를 위해 살아가고 관찰하고 사랑한다면 나의 열망이 그대로 전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그저 '오름'이었을 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바칠만한 '오름'이었던 것처럼.

 


김영갑 선생님의 실제 작업 공간

나의 이상과 닮아있는 공간을 잠시 방문하고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나도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사랑하는 무엇인가를 위해 깊이 사색하고 고뇌하며 일생을 바칠 수 있는 그런 삶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이 것들을 다른 누군가에게 같이 나누고 싶다. 꼭 만들어 갈 것이다.

 



 

갤러리에 다녀오니 문득 내가 6년 전에 다녀왔던 아부오름이 떠올랐다. 당시 크게 유명하지 않아서 관광객도 별로 없었기에 비밀의 공간 같은 느낌으로 산책을 즐기곤 했는데,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해졌다.

 


아부오름 초입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이다. 더 풍성해지지도, 그렇다고 말라비틀어지지도 않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6년전과는 다른 아부오름

많이 변한 곳도 있었다. 오름에 오르면 푸르른 나무들로 둘러싸인 분화구가 보이곤 했는데, 이제는 감당할 수 없는 나무들에 둘러싸여서 분화구를 제대로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많은 나무들 덕분에 산책로가 조성되었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며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웨딩 스냅

세 팀의 웨딩 스냅 촬영팀을 보았다. 해가지는 따듯한 시간에 행복한 사진을 찍는 예비부부들을 보면서 나 또한 같이 행복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부러웠다.

 


약 한 시간가량을 천천히 걸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이곳을 거닐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여전히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곳이다. 또 6년 뒤에 다시 이곳을 방문한다면 어떻게 변해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그럼 또 올게. 안녕!

 

끝. 3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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