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서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오늘도 텐트에서 지낼 예정이기 때문에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은 최근까지 운영되던 잔디공원에서의 야영을 금지시켜놓았고 그 사실을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순간적인 혼란이 왔지만 결정을 해야만 했고, 노을을 포기할 수 없어서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급하게 예약하였다. 체크인하자마자 노을과 낙조를 보기 위해 가방을 던져놓고 바다로 나갔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함덕의 밤
해는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지만, 낙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배고픔도 잠시 잊고 이곳에서 마지막 밤을 찐하게 즐기기로 한다.
어두움이 진해지고 밤이 되는 순간까지 이곳에 머무른다. 이 순간을 위해서 제주도에 온 것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멋진 노을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노을을 보기까지 이곳에 달려왔던 시간들은 그 어느 것들과 동일하지 않다.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덕분에 잘 쉬다 갑니다.
무계획 제주도 여행 끝
무계획으로 떠나온 제주도였지만, 어느 때보다 알차고 진득한 시간이었다. 사실 어떠한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멀리 훌쩍 떠나온 것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끝내는 이 시점에서 답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 여행을 통해서 나는 뜻하지 않은 사람들과 자연들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순간을 지내오면서 또 다른 새로움으로 시간을 채우게 되었다. 이 시간들이 앞으로의 나의 나날들에 좋은 거름이 되길 바라며 여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