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보는 낙조는 왜 다를까
제주도 이야기 #4
오름에서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오늘도 텐트에서 지낼 예정이기 때문에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은 최근까지 운영되던 잔디공원에서의 야영을 금지시켜놓았고 그 사실을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순간적인 혼란이 왔지만 결정을 해야만 했고, 노을을 포기할 수 없어서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급하게 예약하였다. 체크인하자마자 노을과 낙조를 보기 위해 가방을 던져놓고 바다로 나갔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함덕의 밤해는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지만, 낙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배고픔도 잠시 잊고 이곳에서 마지막 밤을 찐하게 즐기기로 한다.
어두움이 진해지고 밤이 되는 순간까지 이곳에 머무른다. 이 순간을 위해서 제주도에 온 것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멋진 노을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노을을 보기까지 이곳에 달려왔던 시간들은 그 어느 것들과 동일하지 않다.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덕분에 잘 쉬다 갑니다.
무계획 제주도 여행 끝무계획으로 떠나온 제주도였지만, 어느 때보다 알차고 진득한 시간이었다. 사실 어떠한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멀리 훌쩍 떠나온 것도 있었다. 하지만 여행을 끝내는 이 시점에서 답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이 여행을 통해서 나는 뜻하지 않은 사람들과 자연들 그리고 그들이 머무는 순간을 지내오면서 또 다른 새로움으로 시간을 채우게 되었다. 이 시간들이 앞으로의 나의 나날들에 좋은 거름이 되길 바라며 여행을 마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