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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문 Mar 10. 2022

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등산 이야기 #3

저명한 산악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초보에서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여러 산들을 다니고 사진을 SNS에 계속 업로드하니 주변 친구들은 물어본다. '왜 그렇게 산에 가는 거야?'


등산은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자칭 '등산 전도사'로서 주변 친구들에게 등산의 좋은 점을 마구 쏟아 내지만 정작 나 스스로 그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등산의 좋은 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성취감]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소위 말하는 매너리즘에 빠진다.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모를 만큼 하루하루가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험생 시절,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대학시절을 지나 결국 얻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한다. 하지만 더 이상 목표가 없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에 큰 매너리즘에 빠진다. 성취하는 즐거움이 없는 직장생활은 그동안 강렬하게 성취하기 위해 살아왔던 인생과는 대조되기 때문에 강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등산은 그 성취감을 비교적 쉽게 준다. 정상까지 오르는 시간은 하루가 체 걸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정상에 오르는 그 순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을 준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은 너무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잡념이 없어진 상태이고 그러한 상태에서 정상에 도달했을 때에 기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이 성취감이 중독성이 아주 강하여서 한번 등산에 빠진 사람은 그 중독에서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다.



[건강 및 체력]

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다. 그 밖에 다른 운동인 러닝이나 클라이밍 등 다양한 종목을 즐기고 또 도전해왔다. 하지만 항상 욕심이 넘치고 절제하지 못하는 탓에 부상을 동반하였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잔부상이 너무 많았고 특히 허리디스크는 아직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항상 조심한다고 하면서도 마음처럼 절제하지 못하는 성격상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게 된다.


등산을 하면서 나는 웬만해서 다친 적이 없다. 조금 무리해서 근육통이 온 적은 있지만 당분간을 못 걷게 되는, 소위 말하는 부상을 입어본 적이 없다.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게 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운동의 종목은 극히 제한적인데 등산을 하는 동안에는 허리 통증으로 고통을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또한 체력이 증가함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산에 많이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한번 등산을 하면 그날은 뻗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초반에는 몇 시간 이상의 등산을 하고 난 후에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잘 시간에 되지 않았음에도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짧은 등산 후에 다른 약속을 잡을 만큼 체력이 많이 좋아짐을 느낀다. 또한 이전에는 일하면서 낮잠을 자지 않으면 버틸 수 없던 적이 있었는데 등산을 시작한 후에는 기면증이 사라졌다.



[멘탈]

나는 생각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항상 고민과 걱정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생각이 많아질 때에는 종종 주면 공원을 하염없이 걷는다. 걷는 동안에는 잡념이 사라지는 효과와 동시에 문뜩문뜩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된다. 꼭 답을 찾기 위해서 걷는 것은 아니지만 걷다 보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튀어나온다.


그러한 이유에서 등산이 좋다. 아무 생각이 없이 꾸준히 걷다 보면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 그리고 걱정들이 잠시나마 사라지게 된다. 그러한 생각들에 둘러 쌓여 스트레스가 가득 찬 삶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고 또한 작게나마 해답을 얻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걷다 보면 등산은 우리네 인생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호흡을 조절하며 꾸준히 가는 것, 욕심부리지 않고 가다 보면 어느샌가 도달한다는 것 등의 깨닫는 점들이 나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계속 등산을 다니고 있다. 또한 산이 좋아지다 보니 일반 캠핑보다는 백패킹을 즐기게 되었다. 나의 무릎이 망가지기 전까지는 아마 계속 산으로, 그리고 정상으로 향할 것 같다. 또한 등산과 같이 나의 삶 속에서도 꾸준히 목표를 향해 정진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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