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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우연 Aug 04. 2018

응어이 한꾸억

người Hàn Quốc 한국인

‘한국인은 겁이 없어.’ 

터키 에페스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의 관리자로부터 들은 말이 기억에 남는다. 터키에 혼자 여행 오는 사람은 한국인뿐이라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랬다. 버스를 대절해서 단체나 쌍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혼자 여행하는 배낭족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죄다 한국인이었다. 

     

이탈리아 로마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있다. 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 배낭여행 붐이 일었다. 이탈리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유럽 배낭족의 주축은 일본이었다. 어딜 가나 일본인과 한국인이 부딪쳤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에 시비가 벌어졌다. 싸움의 발단은 알 수 없으나, 경찰까지 출동한 그 사건으로 한국인 한 명과 일본인 두 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단순 사건으로 처리하고 젊은이들을 돌려보냈다. 그게 실수였다. 

     

그날 밤, 2차전이 벌어질 것이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어둠이 짙은 으슥한 뒷골목으로 동양인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고 가로등도 숨을 죽인 늦은 밤이었다. 젊은 동양인들은 쇠파이프와 같은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한쪽은 일본인이었고 다른 한쪽은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쌍방의 수가 이상했다. 일본인이 다섯 명인 반면, 한국인은 고작 한 명뿐이었다. 1대 5, 누가 보아도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그 싸움은 의외의 결과로 끝을 맺었다. 마지막까지 그 장소에 서있는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일본인들은 도망을 치거나 기어서 도망쳤다. 구경하던 이탈리아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박수를 쳤다. 그 한국인에 대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이라는 설이 있었으나, 확인된 것은 아니다. 나에게 이 얘기를 전해준 이에 따르면 그즈음부터 일본인 배낭객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고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인간은 다 똑같구나 싶다가도 역시 다르구나 할 때가 많다. 생김새, 관습, 식문화, 기질과 습성은 둘째치고 생각이 다른 경우도 있다. 한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심지어 나라 간에는 오죽하겠는가. 한국인은 장점이 많다. 예의바른 태도, 분위기를 파악하는 센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나는 한국인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깡’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베트남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까?    

 

#장면 1

2018년 새해가 뜨자마자, 베트남 신문에 한 살인사건이 대서특필되었다. 피해자는 베트남 여성, 가해자가 한국인 남성이었다. 17년 여름 호치민으로 여행을 떠난 청년은 가라오케에서 한 여성을 만나 잠시 사귀었다. 한국에 돌아온 청년은 여자와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좋은 사이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피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애가 탄 남성은 5개월 뒤, 다시 호치민으로 날아갔다.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직접 집을 찾아갔다. 집에는 룸메이트인 다른 여성이 있었다. 안면이 있던 두 사람은 술을 나눠 마셨다. 여자가 남자에게 그만 귀찮게 하라고 부탁했다. 남자는 그 여성을 강간했다. 그리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매년 설을 앞두고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한 채 야반도주하는 한국인 사업가들이 신문지상에 단골 메뉴로 오른다. 올해도 어김없이 일어난 일이다. 베트남 노동자의 급여는 20만 원 안팎이다. 그나마 보도되는 건 피해규모가 큰 대규모 사업장이다.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악랄하다 못해 치졸하다.


베트남은 한국 경찰이 직접 파견 나가 있는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가 설치된 국가다. 중국, 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다. 그만큼 한국인 범죄자가 많다. 폭행, 강간, 사기, 횡령, 도박, 매춘, 마약에 연루된 사건, 사고가 쉴 새 없이 일어난다. 양도 양이지만 질은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에 보도가 되지 않았으나, 몇 년 전에는 베트남 여성을 죽이고 시신을 불로 태운 한국인이 현지에서 검거되어 베트남을 충격에 빠트렸다.     


#장면 2

이번에 돌아오는 공항에서 있던 일이다. 티켓팅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앞에서 나누는 대화가 귀에 들렸다. 한국인 5, 60대 남성들이었다. 골프여행을 다녀오는 길인지 다들 골프가방을 끌고 있었다. 그들은 카운터에 앉아있는 베트남 여성을 성적으로 희롱했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수위가 점점 심해져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뒤에 있는 의자에 가있도록 했다.


내가 사는 곳에 베트남인이 하는 음식점이 있었다. 종종 아이들과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육수를 우리는 대신 수프를 사용하는 곳이었지만 베트남 향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동네 남자가 들어왔다. 일하는 베트남 여성과 안면이 있는지, 아니면 자주 오는 손님인지 말이 편했다. 남편 얘기를 하는 걸로 보아 남편과도 친분이 있는 듯했다. 좀 있으려니 지나치다 싶은 농담이 튀어나왔다. “밤에만 해서 돼? 낮에도 하고 그래야 애도 생기지.” 적어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그 가게는 1년도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벤탄시장에서 물건을 구경할 때였다. 한국인 가족이 지나갔다. 베트남인이 맨발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이가 물었다. “저 아저씨는 왜 맨발이야?” 엄마가 대답했다. “못 배워서 그래.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     


#장면 3

한 베트남 경제지의 분석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본은 우리에게 투자한다. 중국은 우리를 무시한다. 한국은 우리를 상대로 장사한다.’ 


대규모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일본이 도맡고 있다. 도로, 항만, 철도, 교량, 비행장 등은 거의 일본의 기술과 자본이 들어갔다. 메콩강에 연구소를 세운 나라도 일본이다. 중국의 투자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최근 중국의 바나나, 키위, 자몽, 아보카도, 커피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베트남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시장의 변화가 내수보다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한국은 민간 차원에서 기업들이 각개전투로 진출해 있다. 모두 직접 투자로, 제조, 가공업, 부동산 부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취업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든 장사가 그렇지만 시기와 적합성, 그리고 회수율에 민감하다.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일본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베트남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이득보다 실리를 추구한다.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 건 중국이다. 대만, 싱가포르보다 투자금액이 낮다. 베트남과의 영토분쟁, 에너지 수급 문제 등 전략적인 포석이 깔려있다. 최근 큰 도심을 중심으로 대규모 건물과 리조트를 짓고 있다. 가장 많은 투자금을 쏟아붓는데도 불구하고 작은 그림을 그리는 건 한국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조, 가공업, 부동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체계적이지 못하고 산발적이다. 향후 베트남 시장 변화에 따라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부담은 기업들을 위축시켜 단발적인 투자로 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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