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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준 Dec 01. 2022

트라우마로 떠나는 여행

나는 종종 트라우마 여행을 떠난다.

일종의 시간여행이다.

이짓을 하는 이유는 자유롭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자유로운 삶은 걸릴게 없는 삶이다.

무엇인가 자꾸 나의 길을 막는다면, 자유롭지 못한 삶이다.


나의 인생을 자유롭지 못하게 막는건 사실 나다.

특히 과거의 내가 나를 막는다.

트라우마라는 과거의 기억과, 기억이 만들어낸 상처가 나를 막는다.


과거에 자라를 보고 놀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은 오늘의 솥뚜껑 보고 놀랄 수 있다.

하지만, 밥그릇, 국그릇, 컵, 숟가락을 보고 자라를 떠올린다면,

앞으로 보게될 모든 밥그릇, 국그릇, 컵, 숟가락을 보고 자라를 떠올린다면,

그래서 그때마다 놀란다면 그 사람은 자유로운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과거의 자라를 보고 놀랐던 트라우마가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내 행동을 제한하고,

생각을 한쪽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하고,

감정을 일부분에 국한시킨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트라우마 여행을 떠난다.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그때의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 최대한 그때 상황과 비슷하게 공간을 구성하고,

그때의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


일부러 더 강하게 그 감정과 직면한다.

그렇게 한참 감정과 마주하면,

물론 힘들다.


하지만 트라우마 여행이 끝나면 더 이상 그 기억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기억은 아이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냥 안아주면 울음을 그친다.

하지만 기억을 안아주지 않고, 그대로 두면 기억은 계속 울어댄다.


그래서 나는 트라우마가 발생한 시점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그 기억을 안아준다. 그때의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린다.

더 이상 내 발목을 잡는 기억이 없을때까지 시간여행을 떠난다.


새로 트라우마가 생겨날지라도, 또 시간여행을 떠나면 그만이다.

생각해보면 참, 힘들고 과격한 방법인거 같지다.

하지만 현재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뭐.. 난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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