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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필준 Dec 24. 2022

잘 죽는다는 것

응급실에서 3일을 보냈다.


아버지가 응급실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3일 동안 응급실의 풍경을 관찰했다. 

팔자에도 없는 응급실. 

평생 링거한대도 안맞아 봤는데, 아버지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


응급실 관찰 결과는 다음과 같다. 

죽음의 질이 너무 낮다. 

삶의 질이라는 말도 있지만, 죽음의 질이라는 말도 있다. 

얼마나 잘 살아가는지가 ‘삶의 질’이다. 

얼마나 잘 죽는지는 ‘죽음의 질’이다. 


응급실의 환자들은 하루에 3명 이상이 돌아가셨고, 미안한 말이지만 죽음의 질이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죽음의 질이 좋다. 나쁘다. 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대부분 사람들 머리속에 떠오르는 상식적인 죽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이상적인 임종’의 순간이라고 보면 된다. 

편안한 침대에 누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유언을 하면서, 온전한 정신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고 죽는거다.

아주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가?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


2021년 전체 사망자는 317680명이다.

사망자 전체 통계가 어떻게 구성되는 알아보자.


1)악성신생물(암) 82688명

2)감염성 질환 14978명

3)대사질환(당뇨병) 10524명

4)알츠하이머 7993명

5)순환계(고혈압 등) 62370명

6)정신질환 14831명

7)소화계통질환 13144명

8)비뇨기질환 9779명

9)호흡계통질환 36831명

10)자살 13352명


전체 266490명이 신체질환 또는 정신질환으로 사망한다.

전체 83%를 차지한다. 나머지 17%도 대부분 질병이다.


그러니까 현재 대한민국에 자연사로 죽는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 몸이 아프거나, 정신이 아프거나, 둘 다 아파서 죽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죽음은 희박하다. 

없다고 봐도 거의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역사속에 이상적으로 잘 죽은 사람들도 몇 명있다. 

내가 알기로는 3명이다.

석가모니, 스콧 니어링, 칸트 이렇게 세명이다.


석가모니는 자신이 죽는 시점을 정하고, 자기 제자들을 불러 모은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선문답을 하고 돌아가셨다.

스콧 니어링은 죽기 한달전까지 장작을 패고, 편안하게 돌아가셨다.

칸트는 마지막 순간에 와인한잔 마시고, ‘좋았다’하고 돌아가셨다.


세 현자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정신이 온전했고, 

2신체가 건강하거나, 

3많이 아프지 않았으며,

4자신의 삶에 만족했고,

5절제된 삶을 살았으며,

6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7자신이 죽는 시점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일단 고기를 좀 멀리하고 과식을 피해야 한다. 석가모니와 스콧 니어링은 고기를 거의 먹지 않았다. 과식도 하지 않고, 항상 절제했다.

지성이 높아야 한다. 지성은 이성이나 IQ를 말하지 않는다. 감정과 이성과 행동을 모두 합쳐서 지성이라 할 수 있다. 세명다 상당한 지성의 소유자였다.

명상을 주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석가모니는 말할 것도 없고, 칸트 역시 그의 이론을 관찰해보면 명상을 해야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삶의 패턴이 일정할 필요가 있다. 세명다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고, 삶의 패턴을 어떻게든 지켜나갔다. 특히 칸트가 산책하러 나가는 시간은 그 동네 시계를 대신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삶의 반복을 지켰다.

신체 능력이 꽤 좋은 편이다. 석가모니가 싸움을 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그는 상당히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90의 나이에 장작을 패는 스콧 니어링도 보통 사람은 아니다. 칸트의 신체능력은 잘 모르겠으나, 담배를 그렇게 피고 80까지 산다는건 꽤나 건강한 사람이 아니고는 힘들다.


고기 좀 덜먹고, 과식 안하고, 지성을 높이고, 삶의 패턴을 지키고, 신체능력을 유지한다. 그러면 ‘이상적으로 죽을’ 수 있는가? 100%는 아니겠지만, 확률은 높아진다. 거기에 더해서 몇가지만 덧붙이자면, 책을 읽어야 하고, 고혈당 음식을 피해야 한다.


나는 잘 살고 싶기도 하고, 잘 죽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고기를 가끔 소량만 먹고, 음식을 가려 먹고, 책을 매일 읽고, 삶의 패턴을 죽어라고 지키고, 매일 운동한다.

아버지가 입원한 응급실에서도 운동하고, 책을 읽고, 스트레칭을 하고, 과일사서 먹었다.

남들이 보면 불속성 효로자식이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모님 장례식장에서도 남들 몰래 운동하고, 책읽고, 스트레칭하고, 제사상에 올라온 과일을 먹을 예정이다. 

나는 누가 죽어도 나의 삶의 패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나는 고통스럽게 살고 싶지도 않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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