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길가 _ 김용택

by 여울

내 가난함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배부릅니다


내 야윔으로

세상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살이 찝니다


내 서러운 눈물로

적시는 세상의 어느 길가에서

새벽밥같이 하얀

풀꽃들이 피어납니다.


與鬱의 生生知音

우리는 보통

내가 잃은 것만 세어 보고,

내가 견딘 시간만 헤아립니다.


억울했던 장면을 다시 꺼내고,

버텨낸 날들을 차분하게 계산해줍니다.


하지만 이 시는

시선을 아주 조금만 옮겨 보라고 말합니다.


내가 덜 가진 자리,

내가 비워 낸 몫이

어디선가 누군가의 하루를

살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구절은 마지막입니다.


‘내 서러운 눈물로 적시는 세상의 어느 길가에서

새벽밥같이 하얀 풀꽃들이 피어난다’


여기에는

고통을 견디라는 주문도 없고,

억지로 의미를 붙이라는 위로도 없습니다.


다만 삶이 가진

놀라울 만큼 정직한 흐름이 있습니다.


눈물은 흘러가고,

그 자리에 꽃은 피어납니다.

의도하지 않았고,

보상을 바라지 않았어도

삶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집니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헛된 눈물은 없다’는 말을

다시 믿게 됩니다.


누군가의 배부름이 되었고,

누군가의 하루를 견디게 했고,

이름 없는 길가의 풀꽃이 되었다면

그 눈물은 이미

삶의 한 부분으로 충분히 쓰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때로 힘들고,

때로 슬퍼도 괜찮겠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마음이

어디에 닿을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 마음위에서

언젠가

새벽밥처럼 하얀 꽃 하나

피어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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