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졸린저녁 Jun 14. 2017

아픈 마음 보듬기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의 시작점에 서서 


 너무 내 생각만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과 나도 힘든데 누가 누굴 챙기나 혹은 나라도 아프지 않고 살려면 어쩔수 없다는 자기방어 속에서 갈피를 잡기 힘들다. 




 나에게는 마음이 아픈 가족이 한 명 있다. 

마음이 아픈 지 수년이 되었는데 그 기간동안 다른 가족들 모두 모른채 눈 감고 있었던 덕에 최근 아픈 정도가 더 심해져버렸다. 

아니다. 모른채 눈 감고 있던 것이 아니라 믿지 않았던 것일게다. 

내 가족의 마음이 아프다는 사실을. 내 가족이 하는 말들을. 내 가족이 돌봐줘야 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쉽사리 믿기지 않는 현실에, 남은 가족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거듭했다. 


 공감하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아픈 가족이 살고 있는 현실을 밀어내지 말고 보듬어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남은 가족이 일상의 일정 부분을 포기하거나 양보해야 한다. 

그동안 모른채 했던 것을 책임진다 생각하고 각자가 양보할 부분을 나누어 짊어지자. 서로가 수고가 많을테니 우리끼리는 서운해도 말고 상처도 받지 말도록 하자. 

네가 고생이 많다. 아니다 네가 더 고생이 많지...


 나름대로의 방향을 정하고 잘 해보자 다짐했지만 아픈 가족의 얼굴을 마주하니 스르륵 가슴이 무너진다. 다시 모든 걸 모른채 하고 지내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한번에 상황을 끝낼 수 있는 대책이 없는지 괜한 상상을 하기도 하며, 때때론 화가 가슴을 덮어 시야가 흐려지기도 한다. 살아오는 동안에도 가족으로 인해 힘들었는데 나에게도 아픈 상처가 한가득인데 거리를 두고 밀어내며 이제라도 나만 챙기며 살아야겠다 다짐했는데 왜 이런 일이. 왜 하필...


 

 


 며칠 사이 도드라지게 나온 내 가족의 아픈 마음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 지 모르겠다. 도드라져 보인 것이 얼마 안되었을 뿐 곪을 대로 곪은 것은 꽤 된 상처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아픈 것인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런 일에는 인터넷의 무수한 정보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요즘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 예약이 꽉 찬 병원을 내 맘대로 찾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도드라져버린 아픈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는 내 가족은 하루에 한 번 꼴로 두려움을 호소한다. 아픈 사실을 안 지 얼마 안 된 나는 아직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 해 두려움을 다그치는 실수를 남발한다. 


 낫기는 어렵고 악화는 쉬운 증상이라 차분히 대해야 하는데, 

내가 인내심을 가지고 다른 가족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하는데...


 자책과 자기방어를 가장한 이기심 속에서 어찌 갈피를 잡아야 할 지, 방향타 잃은 배 마냥 흔들거리며 아직은 한숨 쉬기만을 거듭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허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